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기업 해외 주재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환율이 오른만큼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반면, 달러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오히려 소득이 늘고 환차익 재테크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고환율로 인해 인건비가 늘었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304.6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9일까지만 해도 1146원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지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15일엔 1326.1원까지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4일(1323.5원) 이후 13년 3개월 만이다.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3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새 14% 가까이 오른 환율로 국내 기업 해외 주재원들의 처우도 덩달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월급을 지급할 때 환율 적용 여부와 시점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이들은 원화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만큼 소득은 사실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한국 기업의 주재원인 이모씨는 “달러로 급여를 받거나 오래 거주한 주재원들은 달러 기준으로 물건 값을 생각하는데, 원화로 급여를 받는 주재원들은 지출할 때마다 원화로 환산해 계산하는 편”이라며 “그러다보니 고환율이 더욱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고, 외식 등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등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본급 등은 원화 기준으로 지급하되 현지 체류 수당은 달러로 지급하는 기업도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본급은 원화로 주다보니 주재원들이 고환율로 다소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현지 체류 수당은 달러로 지급해 환율 상승에 따른 이득을 봤을 것”이라며 “현지 체류 수당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대”라고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주재원 급여를 지급하는 민간기업 관계자는 “현지 체류 수당이 오히려 기본급보다 많은 경우도 있어 환율에 따라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 전체를 달러로 지급받는 주재원들은 고환율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 이씨는 “환율이 오른 만큼 소득이 늘었다보니 주변에서 같은 방식으로 급여를 받는 주재원들은 틈틈이 한화로 환전해 한국으로 보내는 등 고환율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로 월급을 지급하는 기업 관계자는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주재원의 월급을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로 인한 손해가 없도록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환율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재원 월급에 해외 출장비 등도 환율로 인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기업의 경우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미국 출장자의 일비가 12만576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12만9837원으로 1만원 가까이 올랐다. 이 기업은 출국 3일 전 평균 환율을 반영해 일비를 지급한다. 기업 관계자는 “고환율로 해외 주재원들은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를 보지만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며 “그렇다고 임금을 줄일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과 함께 물가도 덩달아 뛰는 데다 환율 변동성도 커 주재원 입장에선 월급을 달러로 받아도 큰 소용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년도 환율을 기준으로 주재원 연봉을 계약하는데, 비슷한 수준의 고환율이 일년 내내 유지되지도 않는 데다, 최근 미국 등의 물가가 크게 뛰어 결국 전체적으로는 고환율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