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직원 일부가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51일 만에 마무리된 지난 22일 여야(與野) 모두 논평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파업의 원인으로 조선업계의 원청·하청 구조를 지목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진짜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과 매각인데 노동 문제만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 주도의 채권단 체제를 20년 넘게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면서 대규모 일자리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 바빴기 때문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새 주인 찾기가 필수인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형 크레인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2001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친 뒤 크게 5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무산됐다. 이듬해부터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조선업 불황 등이 심화하면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과점 등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좌초했다.

매각이 지지부진했던 10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은 7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공적자금은 10조원 넘게 투입됐다. 일자리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직영 직원 8000여명에 사내 협력사 1만 2000명, 사외 협력사와 기자재 협력사 직원 8만명 등 직·간접 일자리가 10만개에 달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일단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가장 큰 이유다.

정치 외풍 논란도 반복됐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2017년에 독립적인 경영 관리·감독을 위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가 출범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에서 지난 2월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한 박두선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두고 ‘정권 말 알박기 논란’이 불거졌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퇴 요구가 계속돼왔다.

정치 문제는 산업구조 개편도 발목잡았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등 ‘빅3 체제’에서 ‘빅2′로 재편하는 방안을 2015년부터 해법으로 제시해왔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도 청산은 금기시하고, 다른 조선소에 매각하는 방안은 특혜 시비만 걱정했다”며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산업구조 재편이란 중요한 과제를 외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이라고 봤는데 (해외 경쟁당국의 반대로) 물 건너 가버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랠리’에 힘입어 3년치 일감을 확보해 이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채권단 관리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영화가 꼭 이뤄져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도 매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를 중심으로 분리 매각·동종업계 매각·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결실을 거두기까지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20년 넘게 미룬 숙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