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군함, 잠수함)과 상선(商船) 부문 분리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조선업계에서는 상선을 떼어낼 경우 방위산업체 매각 제한 규제를 피해 해외 매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특수선과 상선을 분리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실현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조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대우조선 분리매각 등 다양한 민영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2016년에도 대우조선 분리매각을 검토했으나 노동조합의 반발 등에 밀려 무산됐다. 6년 만에 다시 다양한 민영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대우조선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등으로 부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1980년대 말 KSS-I급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한국 해군의 잠수함 역사를 써왔다. 지난해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한 KSS-III 도산 안창호함을 인도했고, 수많은 창정비 사업을 수행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해군에 잠수함 3척을 공급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한국 해군의 차세대 전투함정인 FFX-II 호위함 1, 2번함을 인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태국 해군에 전투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 전경. / 뉴스1

이 같은 방위산업체로서의 위상 때문에 현 상태에서 대우조선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을 이유로 대우조선과 한국조선해양의 합병도 막은 상태라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과 상선을 분리하면 매각 가능성이 커진다. 특수선 분야의 경우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이 사업을 확대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필리핀에서 6척의 원해경비함(OPV) 신조 계약과 함께, 기존에 공급한 호위함 2척의 수리 및 정비를 지원하는 MRO(선박수명주기지원) 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특수선 사업을 확대 중이다. 국내 방산업계 강자인 한화그룹 역시 지난 2008년에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상선은 LNG운반선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중국과 일본 회사들에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품질 신뢰도가 낮은 중국 조선업계는 대우조선을 사들이면 단번에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LNG운반선 산업을 육성해오면서 국영조선사인 후둥중화조선, 쟝난조선, 다롄조선 등이 LNG운반선을 수주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입지가 좁다.

일본 조선업계도 대우조선을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까지 LNG운반선 시장을 주도하다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대형 상선 직접 제작을 줄이고 중국 등과의 합작이나 기타 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내부 구조상 특수선과 상선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분리매각이 비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수선과 상선이 완전 분리된 사업이 아니라 상당 부분 공정이 함께 진행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옥포조선소 내에는 특수선 공정의 후반부가 진행되는 독(dock) 시설이 따로 있지만, 자재 구매 등 전반부 공정과 지원 시설·인력 등은 특수선과 상선이 상당 부분 융합돼 있다. 특수선 분야의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한국조선해양의 거점이 울산과 전남 목포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옥포조선소와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상선 분야를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경쟁사에 매각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