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소속 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조(이하 ‘하청노조’)의 장기 파업 및 옥포조선소 1번 독(Dock·선박 생산시설) 점거 상황이 22일 노사 협상 타결로 종료됐다. 하청노조가 이번 파업·점거로 얻은 것은 4.5% 임금 인상에 그쳤다. 대우조선은 이날까지 생산지연으로 매출 손실, 고정비 지출, 지체 보상금 예상액 등 총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게 됐다.

하청노조는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 등 노조 활동 지원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옥포조선소 1번 독 골리앗 크레인의 이동 통로를 점거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방해하다가, 지난달 22일부터 일부 조합원이 독 게이트(dock gate)에 맞닿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척을 점거하며 독 내 다른 선박의 진수(進水)까지 원천 봉쇄했다.

이에 조선소 최대 생산력을 갖춘 1번 독이 병목이 되면서 조선소 내 작업이 전반적으로 지연됐다. 대우조선은 22일까지 생산이 지연돼 입은 손실을 고정비 지출 1426억원, 매출 손실 6468억원, 납기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11척에 대한 지체 보상금 271억원 등 총 8165억원으로 추계하고 있다. 매출 손실은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고정비 지출과 지체 보상금은 회수할 수 없는 돈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1독에서 대우조선 소방대원이 철 구조물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이 길어지자 대우조선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청노조가 점거한 1번 독 내 선박에는 점거 농성을 비판하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현수막이 내걸렸고, 한 사무직 직원은 이날 하청노조가 점거한 바로 옆 탱크에 스피커를 들고 올라가 하청노조를 비판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에서는 금속노조 탈퇴 목소리가 커지며 전 조합원 총투표까지 진행했다. 거제 지역 주민들은 독 점거 중단을 요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정부도 하청노조의 독 점거가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대우조선에 공권력을 투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파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경비 병력을 8개 중대(1개 중대는 약 60~80명)에서 12개 중대로 증원했고, 전국에서 대규모 추가 동원도 준비했다.

여론 악화와 정부의 압박에 하청노조와 금속노조 관계자들은 협력사 대표들과의 협상에서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안도 처음 30%에서 10%대로 낮추고 최종적으로 4.5%에 합의했다. 4.5%는 하청노조에 속하지 않은 협력사 직원들의 올해 평균 임금 상승률로, 사실상 하청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철회한 셈이다.

하청노조는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 사무실 및 차량 지급 등 노조 활동 지원을 요구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모두 내려놓았다. 노조 활동 지원 요구 중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일부 노조활동 관련 외부 조합원의 출입을 지원한다는 합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말미에 하청노조는 자신들의 파업으로 대우조선이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게 되자 조합원들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하청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남기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파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김형수 하청노조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합원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합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