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전세계 크루즈 사업의 재건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어지던 국가간 이동 봉쇄가 완화되면서 국내 선사는 한일간 크루즈여객운송에 투입될 신규선박 투자를 시작했고, 해외 유명 크루즈사들의 영업도 정상화되고 있다.

18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선사인 팬스타그룹은 지난주 부산의 중형 조선사 대선조선에 부산~일본 오사카 노선용 2만2000톤급 여객화물겸용선(RoPax)을 1척 발주했다. 2025년부터 투입될 이 배의 노천갑판에는 야외수영장과 조깅트랙, 연회공간 등이 들어서고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선상 포장마차, 스시 바, 카페 등 다양한 선내 편의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로얄캐리비안사의 크루즈선이 지난 10일 미국 로스엘젤레스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팬스타그룹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부산~오사카 노선에 1997년에 인도받은 팬스타드림호를 투입해 여객과 화물을 함께 운송했다. 고급 객실과 카페, 식당, 사우나 등을 구비해 오사카로 가는 1박을 여유있게 즐기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한일 양국간 무비자 입국이 중단되면서 2020년 3월 29일부터는 팬스타지니2호로 화물만 운송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불확실성이 점차 걷히면서 낡은 팬스타드림호를 대체하기 위한 신규 선박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됐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9월이면 중단된 민간 교류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달초 열린 한일 재계 회의에서 한목소리로 양국간 무비자 입국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양국 관계 정상화 기대도 무르익고 있다.

팬스타그룹은 세계 1위 크루즈 회사인 미국의 카니발코퍼레이션의 유럽 자회사 코스타크루즈의 대형 크루즈선을 빌려 아시아 주요 관광지를 운항하는 상품도 내년 4월 출항을 목표로 기획하고 있다.

크루즈 산업의 회복 움직임은 전세계 글로벌 업계에서 더 선명하다. 카니발코퍼레이션은 지난 5월말 공개한 분기실적에서 코로나19 충격 이후 마이너스를 이어가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내 고용상황이 좋아 휴가 수요가 높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해외 여행 수요가 억눌려 왔던 점이 카니발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크루즈 산업도 이달 들어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싱가포르항만청에 따르면, 싱가포르를 출발해 동남아 각국을 방문하는 크루즈 산업은 코로나 이전까지 연 400척 이상 운영되고 있었지만, 지난 2020년 이후 감염 확산 우려로 한국의 무착륙 비행처럼 제대로 된 기항지 없이 운영됐다.

그러나 이달 초 글로벌 크루즈 회사인 로얄캐리비안 소속 크루즈선인 스펙트럼오브더시호가 말레이시아 클랑항에 2년만에 입항했다. 리조트월드크루즈호도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2년만에 정박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코로나 오미크론 하위 변위의 재확산과 크루즈 선박을 통한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는 일은 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머무르는 동안 전세계로 중계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감염 확산, 이에 따른 봉쇄와 입항 금지는 여행 업계에 트라우마가 됐다. 이후 주요 국가에서 크루즈 여행이 재개됐지만, 승객 및 승무원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달 들어 호주에서는 대형 크루즈선인 코랄프린세스호와 P&O퍼시픽익스플로어에서 각각 100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아시아 크루즈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도 업계의 고민이다. 아시아권 크루즈 공급이 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에 수요가 집중된 크루즈 선박들이 아시아로 넘어와야 하는데, 중국은 코로나 관련 높은 방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가 묶여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