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가치 1조6000억원을 평가받아 콘텐츠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오른 ‘리디’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09년 전자책·전자책 단말기 사업으로 시작한 리디는 최근 웹소설·웹툰 플랫폼으로 변신하면서 선두 주자인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매출액은 7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2020년 11월 출시한 글로벌 웹툰 구독 플랫폼 ‘만타(Manta)’가 콘텐츠 소비 취향이 까다로운 북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12일 리디에 따르면, 만타는 올 4월 기준 500만 다운로드 수를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시 3개월째 30만 다운로드, 1년째인 2021년 10월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데 이은 것이다. 이 중 유료 구독자는 전체의 약 20%, 글로벌 매출 비중은 약 10%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닷에이아이(옛 앱애니)에 따르면, 올 5월 현재 만타는 170여개국에 진출해 16개국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카테고리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성장세에 따라 리디의 매출액도 지난해 2000억원대를 돌파하며 2018년 이후 연평균 37%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출판, 만화, 애니메이션 합산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1.3%다.
만타의 경쟁력으로는 결제 방식이 꼽힌다. 리디는 편당 과금 대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처럼 월 3.99달러(약 5200원)를 내면 된다. 이용자 입장에선 결제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수의 작품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익숙한 구독형 요금제를 웹툰 시장에 적용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이런 결제 방식은 만타에서 제공하는 주요 작품의 판권을 리디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회사는 ‘상수리나무 아래(영문명 Under the Oak Tree)’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2017년 당시 리디북스에서 연재된 ‘상수리나무 아래’는 올 2월 아마존에 영문판으로 출판돼 미국·캐나다 등 5개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서가연 리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좋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은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상수리나무 아래’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리디의 웹소설·웹툰이 여성을 겨냥한 판타지 로맨스 요소를 담은 콘텐츠가 많다는 점, 이런 콘텐츠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처로 부상하고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만타의 인기 요인이다.
기존에 전자책 사업보다 웹툰에서 새롭게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최근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이름을 변경하고, 온라인 스타트업 콘텐츠 제공업체였던 아웃스탠딩을 매각하면서 웹툰 플랫폼으로서의 진용을 갖춰나가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리디 플랫폼도 웹툰·웹소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했다. 지난 4월 구글 출신의 조성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한 것도 경쟁 플랫폼 대비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경험(UI·UX)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디가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3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은 북미 시장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웹툰 콘텐츠 소비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OTT 등에 따라 K-콘텐츠의 위상이 달라지는 등 여러 요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디의 누적 투자액은 385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