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가 12일 “올해 10월말 미국에서 열리는 마이애미 국제 보트쇼에서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장에 데뷔하려고 하며, 내년엔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을 자율 운항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선에서도 레저보트에서도 자율운항 분야에서는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대형 상선을 넘어 연간 수백만대 규모의 개조(retrofit) 시장이 있는 레저보트 시장을 공략해 사업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2.0′를 탑재한 SK해운의 ‘프리즘 커리지(Prism Courage)’호는 지난 2일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프리포트(Freeport)에서 출발해 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까지 33일 만에 도착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시연 모습

임 대표는 레저보트 시장에 대해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가 제작하는 고부가가치 상선은 1년에 500척도 안되지만, 전 세계 레저보트는 시장이 크다”면서 “현재 돌아다니는 것이 1000만척이 넘고, 1년에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20만척이 넘는다. 개조(retrofit) 수요까지 더하면 200만척이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현재까지 상용화 실적에 대해 “1단계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하이바스(HiBAS)를 이미 상용화해 210건을 수주하고, 10척에 탑재해 인도했다”면서 “이 정도 빠른 속도로 상용화한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아비커스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된 선박은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자동차운반선, 유조선 등이다. 한국조선해양에서 수주한 선박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타사 제작 선박도 있다.

임 대표는 “(아비커스 솔루션이 탑재된 선박에서) 우리가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고 있고, 최소 1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면서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은 데이터가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운항 분야 경쟁상대인 IBM이 메이플라워호를 통해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메이플라워호는 비록 작은 배지만, 대양 횡단이라는 점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대양 운항을 하는 데에는 예정된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면서 “여러가지 외부 변수가 있고, 통신 문제 부분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엔지니어들이 다 해결했다는 부분에서는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이 장착된 보트가 인근 4㎞의 구간을 운항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장착된 보트 ‘아비커스 2호’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화면에 목적지를 지정하면 항로를 자동으로 탐색해 움직이고 항해사 개입 없이 인근 선박을 피해 전진하기도 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시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