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으로 생산을 하지 못한 저희 회사는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삼주의 진민용 대표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40일째 파업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 건조장)도 지난달 22일부터 19일째 불법 점거 중이다.
진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도장 파워공 작업자로 조선업에 첫발을 내디딘 뒤 2017년 3월 꿈에 그리던 사내 협력사를 창업했다”며 “5년 4개월 동안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소장을 비롯한 많은 동료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버텨왔다”고 했다.
진 대표는 수주 호황과 함께 노력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하청지회로부터 작업장 입구를 봉쇄당했고, 현장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은 협박 전화를 받아 출근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불법파업에 남은 것이라고는 많은 부채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뿐”이라고 했다.
진 대표는 이날 삭발까지 하며 “저는 불법 앞에 무릎 꿇고 폐업했지만 나머지 협력사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말했지만, 고용노동부나 경찰청 등 어느 기관도 공정과 상식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불법과 타협 없는,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보여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협의회는 하청지회가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조선소의 심장’인 독을 점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30일부터 4월 23일까지 1독의 진수를 방해했고, 올해 4월 18일부터 5월 2일까지 2독에서도 진수를 방해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달 22일부터 1독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독은 부위별로 제작한 여러개의 블록을 모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작업장이다. 독이 멈추면 건조한 선박을 진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공정들도 마비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달에만 총 28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하루마다 매출이 260억원 줄고, 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협력사들 역시 생산이 중단될 때마다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협의회 대표들은 이날 집회에서 “하청지회가 본격적인 불법행위를 시작한 지난해 5개사가 폐업했고 지난달 3개사, 이달 4개사가 폐업했다”며 “불법 파업이 지속되면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 대표들은 또 대화를 거부한 것은 오히려 하청지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한 뒤 협상 의지가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시라도 빨리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하루빨리 지금의 문제가 해결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