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운사들이 2년 가까이 이어진 해운시장 호황에 힘입어 선복량(적재능력)을 늘리고 있다. HMM(011200)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음주 선박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장기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김경배 HMM 사장은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장기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 김 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첫 기자회견이다. HMM의 중장기 투자 전략에는 친환경 선박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 HMM은 현재 82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인 선복량을 2025년까지 100만TEU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는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 HMM 제공

HMM은 지난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각각 6척씩 발주했다. 지난달에도 그리스 선주사 나비오스 마리타임 파트너스(Navios Maritime Partners)와 77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최장 14년 동안 빌리는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의 확장 속도는 더 빠르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스위스·이탈리아 MSC는 총 컨테이너선 118척(154만9000TEU)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MSC는 올해 상반기에만 17만9000TEU 규모의 중고 컨테이너선들을 사들이면서,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를 밀어내고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이밖에 ▲프랑스 CMA CGM 68척·64만TEU ▲중국 코스코(COSCO) 34척·59만TEU ▲대만 에버그린(EVERGREEN) 60척·57만TEU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32척·44만TEU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22척·42만TEU 등도 HMM보다 인수 예정인 선복량이 많다.

머스크는 규모에 비해 인도 예정 선박(29척·32만TEU)이 많진 않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연료 선박 투자에 나섰다. 머스크는 현대중공업과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지난해 8척, 올해 4척 체결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HMM도 친환경 선박 확보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HMM이 조(兆) 단위 흑자를 내면서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조17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체급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며 “실탄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MM은 또 중장기 투자 전략에 다른 사업이나 인프라 투자 계획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 5월 발간한 ‘2021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현재 글로벌 해운사들의 물류 사업 진출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물류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육상 운송, 해외 컨테이너 장치장 추가 및 컨테이너 제조 공장 사업 지분 확보 등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