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011790)가 차세대 단열소재로 꼽히는 에어로젤(Aerogels) 사업 진출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공장을 지으려던 부지는 SK에너지가 이어받아 저탄소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SK(034730)그룹이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계열사 신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C는 에어로젤 시장 진출을 위해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부지를 확보해뒀으나 지난달 사업 계획 철회를 울산시에 전달했다. 해당 부지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저탄소 석유화학 제품 공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KC는 2019년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에어로젤 소재 공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울산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았다. 에어로젤은 미래의 단열재, 충격완화제, 방음재 등으로 주목을 받아 온 신소재다. SKC는 에어로젤의 시장성이 아직 높지 않아 사업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 울산 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는 이 부지에 폐타이어를 재활용하는 공장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다시 정제해 친환경 나프타, 친환경 항공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연간 38만톤(약 3000만개) 가량 발생하는 폐타이어는 주로 산업용 고체연료로 가공돼 소각되거나 충전재, 재생타이어 등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SK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정유사업의 특성상 그룹 안팎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에 ‘넷제로 원유’ 도입, 수소사업 진출, 친환경 아스팔트·바이오 선박유 개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한 제품 생산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생산, 수송, 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Neutral, 중립화)시킨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국내 최초로 판매하고 있다.

SKC가 에어로젤 사업 진출 계획을 철회한 것도 SK그룹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KC는 지난달 기업의 모태가 됐던 필름·가공사업을 국내 사모펀드운용사에 매각했다. SKC는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사업에 투자해 글로벌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로젤은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발암물질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런 점이 SKC의 사업 철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