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이른바 ‘에어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형 UAM 개발에 착수했다. KAI가 최종 개발을 목표로 하는 UAM의 약 40% 크기인데, 오는 2024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실증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K-UAM 사업의 표준 비행체를 만들겠다는 게 KAI의 목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오는 2024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UAM 축소기 개발에 착수했다. 축소기란 문자 그대로 KAI가 최종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UAM의 약 40% 크기로 축소된 UAM을 말한다. 2~3m 크기로 추정되는 축소기는 아직 항속거리 등 구체적인 성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틸트로터(수평·수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프로펠러) 방식을 탑재할 예정이다. 또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가 축소기부터 개발하는 이유는 UAM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KAI가 최종 개발을 목표로 하는 5~7.5m 크기의 UAM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만큼, 실증 작업도 원활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KAI는 축소기를 통해 축적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UAM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차기군단무인기 용도로 자체 개발 중인 무인기도 축소기부터 개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아직 UAM 축소기의 제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 서비스를 도입하고 2030년부터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에 1인승 시제기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도심지에서 UAM 실증 노선을 운행하는 게 목표다. KAI는 UAM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25년까지 UAM 개발에 필요한 출력 시스템, 소음 저감 기능 등 핵심 요소기술부터 확보하고 2029년에 최종 UAM 모델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UAM의 핵심은 수직이착륙과 자율이착륙 기술인데, KAI는 이미 2010년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여기에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과 군 무인기(RQ-101) 개발을 통해 항공기 제작 노하우도 축적해왔다.
작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안현호 KAI 사장이 “UAM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업체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KAI”라며 “UAM을 구성하는 비행체·수직이착륙 등 핵심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한 배경이다.
KAI가 UAM 사업에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롯데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UAM 산업에 뛰어든 만큼 경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일찌감치 2019년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국내외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며 한화그룹은 미국 UAM 기업 오버에어에 지금까지 2100억원을 쏟아부었다. 롯데도 이달 초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가 추진하는 UAM 상용화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UAM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70억 달러(약 9조원)에서 2040년 1조4700억 달러(약 18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UAM은 결국 도심 상공을 비행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성능이 우수한 비행체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며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