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구자)로서 물류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온 것처럼 앞으로 변화도 주도하겠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

한진(002320)이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을 목표로 창립 80주년을 맞는 2025년까지 물류 인프라와 정보기술(IT) 플랫폼 등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한진은 이를 통해 2025년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5033억원, 영업이익 1058억원과 비교해 2배 수준의 목표치다.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진은 ▲풀필먼트 및 인프라 8000억원 ▲글로벌네트워크 1500억원 ▲플랫폼과 IT, 자동화 1500억원 등의 분야에 투자해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육상운송이나 해운, 택배 등 물리적 운송 서비스(Transportation)를 제공하는데 그쳤다면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춘 물류 솔루션(Logistics Solution)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노삼석(왼쪽)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노 사장은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에도 지난 3년 동안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듯이, 급변하는 물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강인한 기업 체질을 기르겠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이 이날 발표한 투자 규모와 실적 목표는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비전 2025′보다 증가했다. 한진은 지난해 3월 중장기 비전 2025를 통해 6480억원을 투자, 2025년까지 매출 3조5000억원·영업이익 175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노 사장은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을 비롯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창고 건설 등을 위해 물류 인프라 투자 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을 다니면서 해외 사업의 기회를 봤다”며 “투자 확대와 함께 서비스 질을 개선하면 충분히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물류센터 조감도. /한진 제공

한진은 글로벌 역량 확장성 강화, 디지털 피버팅(전환), 고객 가치 극대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4대 전략도 제시했다. 해외법인을 12개국에서 19개국으로 늘리고, 대한항공(003490) 등 그룹사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포워딩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1만여대의 택배차에 설치한 카메라를 이용해 도로정보를 수집 판매하는 사업과 같이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대하고, 라스트마일(last mile·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구간) 서비스 등 고객 서비스도 더 다양화하기로 했다.

투자와 관련해 인수·합병(M&A)도 검토한다. 조 사장은 “조양호 선대회장은 좋은 사업기회를 보면 직접 하자고 해서 한진이 M&A를 많이 안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M&A를 진행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고 한진의 물류 사업과 잘 맞는 스타트업을 계속 발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투자에 필요한 재원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이 창출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재투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활용도가 낮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현금을 창출할 계획”이라며 “최대 1조2000억원까지도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는 한진의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사장은 “계획했던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면 주가가 반드시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요 기관 투자자들에게 사업 현황과 장기 투자계획 등을 설명해나가겠다”고 했다. 조 사장은 “한진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며 “매력적이지 않았던 물류를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메타버스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은 물류(logistic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로지테인먼트’도 강화하내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한진의 서비스는 자신 있다”며 “앞으로 한진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일반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는 물류산업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도 그 일환이다. 한진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미래형 풀필먼트 센터 ▲택배 터미널 ▲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 등 물류 공간부터 회의실 등을 구축했다. 한진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미래 물류를 소개하고 직원들간 소통도 강화하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도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진은 소비자 직접거래(D2C) 방식을 적용해 중소상공인과 1인 창업자를 위한 원클릭 택배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물류·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조 사장은 “동반성장은 한진이 늘 추구했던 가치이고, 물류 환경이 변화하면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한진도 확신을 갖고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또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이를 위한 인재 확보에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임직원 모두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 업무는 AI(인공지능)에 맡기고 사람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의 핵심은 인재”라며 “앞으로 IT와 물류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인재를 만드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IT·물류를 결합한 계약학과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