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SK에코플랜트,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등 주요 대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에 대응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반발하고 있어 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현재 관련 대기업 측과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전국고물상연합회,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과 각각 간담회를 진행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지난 2월 광주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 스티로폼과 패트병이 쌓여 있다. /조선DB

지난해 10월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등이 대기업의 플라스틱 재활용업 철수를 촉구하면서 ‘플라스틱 원료 재생업(재활용)’ ‘플라스틱 선별업’ 두 가지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동반위는 이달 중 양측 입장 청취를 마치고, 다음 달 1차 조정협의체를 연다는 계획이다. 양측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플라스틱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영세 사업자들은 가정에서 분리 배출하는 플라스틱 선별, 재활용 사업에 대기업이 관심을 가지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기준 2510만톤(t)으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A씨는 “40년간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대기업이 자본력으로 손쉽게 고물상을 인수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면 업체들은 뭘 먹고 사느냐”고 말했다.

최근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유화학 기업과 플라스틱 제조업체 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이 종류별(PE·PP·PET 등)로 많이 배출되는 가정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이 재활용 가능한지 살피는 수집선별업(고물상)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탈(脫) 플라스틱 정책과 ESG 경영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2023년부터 재생원료 사용의무 부과, 페트(PET)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원료 30% 사용 목표를 부여하는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활용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하면 영세 기업은 버티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이 관련 재활용 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면 규모의 경제, 투자 회수 등을 위해 시설 여러 개를 인수하는 방식의 독과점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폐기물 처리단가 상승, 폐기물 배출자의 비용 상승, 플라스틱 소비자 가격 인상 등의 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 원장은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쉬워 영세업체들이 운영할 수 있고 그 비중도 전체 20%대로 불과한 만큼 이는 그대로 둬야 한다”며 “대기업은 기술 난도가 높고 나머지 70% 이상을 차지하는 종량제 봉투 속 플라스틱, 산업장·건설 폐기물로 나오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