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손사탐’으로 불리며 일명 ‘일타 강사(일등 스타 강사)’로 불렸던 손주은 회장이 2000년 창업한 메가스터디(072870)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사교육 재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시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받던 고등학생, 재수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메가스터디는 200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2008년 5월 성인교육 전문 자회사 메가엠디(133750)(2015년 코스닥 상장), 같은 해 8월 출판 전문 자회사 메가북스를 출범시켰다. 이어 2010년 10월 단체급식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메가푸드앤서비스(2020년 흡수합병), 2012년 벤처투자회사인 메가인베스트먼트(최근 JB금융지주에 매각)를 각각 설립했다. 2015년 4월에는 본업이었던 초중고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메가스터디교육(215200)과 그 외 사업을 담당하는 메가스터디로 인적분할된 상태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70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4747억원) 대비 급성장했다. 중고등 교육 시장에서 지배적 우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8년에 출범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교육 플랫폼 ‘엘리하이’, 2019년 ‘메가공무원’으로 수직계열화를 공고히 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메가스터디 본체는 손주은 회장의 여동생인 손은진 대표가, 메가스터디교육은 손주은 회장과 남동생인 손성은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는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각 사 이사회 의장은 모두 손주은 회장이 맡고 있어 그의 입김이 가장 막강하다.
◇ 수직계열화 성과 속 내부거래 의구심도
전체 그룹의 지배 회사 역할을 하는 메가스터디는 손주은 회장의 지분이 30.32%, 가족 일가까지 합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약 37%까지 올라간다. 현재 메가스터디 경영을 함께 책임지고 있는 손성은, 손은진 대표뿐 아니라 자녀, 매제, 조카, 사위까지 전방위로 지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사회 역시 4명 가운데 3명이 손주은, 손은진 대표, 손 회장의 매제인 김성오 메가스터디 부회장 등 사실상 손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1명만 GE코리아 출신 송치성 사외이사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주로 있는 상장사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메가스터디 계열사는 의치의학·법학전문대학원, 부동산 자격증 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성인 교육서비스(메가엠디)를 제공하는가 하면, 메가스터디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학습서, 참고서 등 출판사업(메가스터디북스), 메가스터디 직영학원 재원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급식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참고서나 급식 등에서 나오고 있다. 관계사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할 것이란 추측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달리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도 규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매출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의 경우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곳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현상이 한국에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관계사간 거래 시 이를 통해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오너 일가에게 부여하지만, 한국은 소송 시 소액주주가 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연히 매출 등을 지배회사에 몰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2050년 학생 반 토막… 구조적 학령인구 감소는 리스크
저출산에 따라 학령 인구(만 6~21세)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메가스터디에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789만명인 전국 학령인구는 30년 뒤인 2050년 481만명으로 반 토막 날 전망이다. 이런 위기감은 오랜 기간 메가스터디에서 대표 강사로 활약해 온 현우진이 7~8년 뒤 수능 붕괴를 예견하며 은퇴를 시사하면서 일파만파 확산했다. 스타 강사에 따라 수강생들이 움직이는 만큼 회사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다만 이미 이런 추세를 반영해 대형 교육업체를 중심으로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점, 성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최대 실적을 낸 점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많은 기업이 신사업, 본업 강화 등을 위해 자체 벤처캐피탈(기업형 VC)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2012년에 설립해 10여년간 운영해 온 자회사 메가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한 것에 대한 궁금증도 나오고 있다. 사비를 투입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운영 중인 손주은 회장이 메가인베스트먼트를 계열사에서 정리한 것의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가인베스트먼트를 만든 김정민 대표는 메가스터디의 첫 투자자로 손 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김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아 온 조명우 대표를 포함해 몇몇 심사역이 창업을 위해 회사를 떠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 회사이긴 하지만 윤민창의투자재단이라는 모체가 있는 만큼 좀 더 초기회사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 재편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