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선박 서비스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 선대의 엔진을 메탄올 추진 이중연료 엔진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도입을 중심으로 해양환경규제에 대비해온 다른 해운사와 달리,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 도입 및 개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양측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머스크가 보유한 선박의 메탄올 추진 엔진 개조 사업 중 상당 부분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머스크는 직접 보유한 선박 345척과 용선 등 총 741척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해운사다.

머스크(Maersk line)의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16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머스크, 지중해해운(MSC), CMA-CGM 등 대형 컨테이너 선사와 대체연료 엔진개조 의향을 논의중이다. 국내 선사도 현대글로벌서비스에 LNG, 메탄올, 암모니아 이중연료 개조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의 선박·해양 관련 서비스 및 선박제어사업 부문 등을 독립시킨 회사로, 선박 개조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해양환경규제에 따라 조선해운업계는 현행 벙커C유 등 기존의 선박연료가 만들어내는 오염 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을 줄이기 위해 LNG와 메탄올을 대체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해양환경규제 도입 초기엔 LNG를 중심으로 이중연료 엔진 시장이 만들어졌다. LNG가 메탄올에 비해 생산단가가 낮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메탄올 생산단가가 떨어지고,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도 발전하면서 메탄올의 LNG 대비 단점이 줄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재생가능 전력으로 생산하는 ‘그린 메탄올’ 양산 시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머스크는 메탄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해운사다. 머스크측은 최초 생산 과정 등의 온실가스 발생 문제 때문에 LNG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신조(新造) 방식으로 LNG 추진선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투자비도 부담이었다. 머스크측은 “이미 운용중인 선박도 합리적 비용으로 개조할 수 있는 것이 메탄올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입장이다.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새로 짓기도 하지만, 기존 선대의 개조를 통해 ‘가성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에 머스크는 충분한 메탄올 공급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리인티크레이트(REintegrate)사와 연간 1만톤 규모의 그린 메탄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25년말까지 최소 73만톤의 그린 메탄올을 확보하기 위해 6개 메탄올 업계 선도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캐나다 메탄올 생산·유통사인 메타넥스 등이 머스크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Maersk)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렌더링 사진. /머스크 제공

머스크가 메탄올 도입 노선을 꾸준히 밀고나가자 LNG 추진선을 다수 도입한 경쟁 업체들도 메탄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3위인 프랑스 해운사 CMA-CGM은 최근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MSC과 미쓰이OSK라인(MOL), 스테나벌크(STENA BULK) 등 해운업계 큰 손들은 메탄올 관련 회사 모임인 메탄올인스티튜트(MI)에 가입해 시장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메탄올 가치사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메탄올을 사용하는 중형 저속엔진인 ‘힘센엔진’ 신모델과 메탄올 연료 공급장치인 저인화점연료공급시스템(LFSS, Low-flashpoint Fuel Supply System)을 설계하는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고효율 메탄올 생산 기술도 개발중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머스크가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현대미포조선은 메타넥스가 운용할 메탄올 추진 탱커 8척을 각각 수주하며 조선업계 내 메탄올 추진선 분야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향후 선박연료는 탄소중립연료 혹은 무탄소 연료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개조 분야에 있어서도 대규모의 시장이 열려, 선령 10년 미만의 선박은 이중연료 엔진 개조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