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핀란드 출장길에 올랐다. 정 사장은 핀란드의 원전 기업과 손을 잡고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전날 핀란드를 방문했고, 핀란드 최대 에너지 기업인 포텀(Fortum)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정 사장의 이번 핀란드 출장은 핀란드 및 유럽 신규 원전 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핀란드 로비사 원전 전경. /포텀 홈페이지 캡처

정 사장과 회동을 가질 포텀은 핀란드 정부가 지분 50.8%를 보유한 에너지 기업으로 유럽에서 3번째로 큰 원전 전력 회사이기도 하다. 포텀은 각각 1977년과 1980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507㎿(메가와트) 규모의 로비사 원전 1·2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의 오킬루오토 원전 1·2호기, 스웨덴의 포스마크 1·2·3호기 등 다수의 원전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유럽 원전 시장에서 핀란드는 중요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핀란드는 현재 34%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핀란드는 이 과정에서 2029년 5월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할 계획인데, 기존 원전 수명 연장과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핀란드는 전력 수급 계획도 전면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핀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했는데, 러시아에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14일부터 핀란드로 향하는 전력 공급을 끊어버렸다. 작년 기준 핀란드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14%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핀란드는 이웃 국가 스웨덴에서 전력을 수입해오겠다는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전력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핀란드는 지난달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맺은 1200㎿ 규모의 한히키비(Hanhikivi) 1호기 건설 프로젝트 사업 계약도 종료시켰다. 이번 계약 종료를 두고 핀란드는 로사톰 측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으나, 사실상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가 퇴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업계는 이 같은 탈러시아 움직임이 세계 원전 수출 시장 복귀를 추진하는 한국 입장에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과 ‘원전 동맹’을 맺고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한국전력(015760)과 한수원이 미국 원자력발전 원천기술 보유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