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대기업 A사에 젤리를 생산해 납품해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 ‘대웅’은 2015년 신사업을 하기 위해 ‘에스디푸드’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A사 주문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들락날락하고 매출도 들쑥날쑥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요 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쪼그라든 것도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노성수 에스디푸드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식품뿐 아니라 콜라겐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지만, 원청업체 수요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구조는 마찬가지였다”면서 “OEM은 자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용(B2C) 자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인재는 내부에 전혀 없었고, 이를 고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40년간 철제 가구를 만들어 온 제조업체 ‘록키’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을 만회할 새 먹거리로 ‘캠핑용품 유통’을 잡았지만 이를 사업으로 구현해낼 인재가 없었다.

박시헌 록키 대표는 “제조회사가 유통을 하려다 보니 재무·부동산 개발에 대해 컨설팅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라면서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지도 미지수이고, 언제든지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사람을 뽑기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두 회사는 사람을 뽑는 대신 프로젝트에 따라 전문가를 단기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찾았다. 짧게는 주간 단위로 필요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에스디푸드는 상품기획, 마케팅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3개월 고용해 올 초 자체 브랜드의 찰떡구미초코볼을 출시했고 록키 역시 캠핑장 개발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새로운 업무가 생기거나 공백이 생기면 무조건 사람부터 뽑고 봤지만, 업무에 투입해보면 서류상 경력과 실제 수행력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특정 업무 전문가나 C(경영자)급 관리자를 채용할 땐 매칭 서비스를 통해 단기간 업무를 맡겨보는 식으로 고용해야겠다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재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중에서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찾는 곳이 늘고 있다. 구인난이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중소기업이 10곳 중 7곳(사람인, 중소기업 576개사 설문조사)에 달해 필요한 업무를 기간별로 쓸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유연하게 고용에 나서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시장은 고경력 전문가와 중소·중견기업을 매칭해주는 플랫폼 ‘탤런트뱅크’, 무형의 서비스·지식 거래 플랫폼으로 중소기업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 중인 ‘크몽’, 국내 최대 채용 플랫폼 사람인을 기반으로 기업과 프리랜서를 연결하는 ‘사람인 긱’, 명함 애플리케이션(앱) 리멤버 정보로 경력직 스카우트를 지원하는 ‘리멤버커리어’ 등이 이끌고 있다. 이모잡, 긱몬, 디앤서 같은 유사 플랫폼도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효율적인 비용으로 인재를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탤런트뱅크에 따르면, 2018년 125건에 그쳤던 중소기업의 프로젝트 의뢰 건수는 지난해 1835건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올해 5월 말까지 1000건을 돌파해 연간 의뢰 건수는 작년 기록을 다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신사업, 영업·유통, 마케팅,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전문가 매칭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로 갈수록 대학 진학률이 올라가는 등 노동시장이 고급화돼 가고 특정 기업에 소속되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골라서 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평생 고용 부담감 없이 인재를 쓸 수 있어 소수의 정규직을 쓰면서 프로젝트에 따라 단기 전문가를 쓰는 고용 방식은 뉴노멀(새로운 규범)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