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항공사들이 한 번에 400명씩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를 복귀시키고 있다. 초대형 여객기는 그동안 높은 운영 비용 탓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지만, 공급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추가 증편 없이 수송 인원을 늘리는 데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오는 7월 1일부터 초대형 여객기 중 하나인 B747-8i를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인천~미국 뉴욕 노선에도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초대형 여객기 A380-800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이코노미 좌석의 편도 가격이 200만원 안팎인데도 일부 시간대의 경우 벌써 매진이 임박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보잉과 에어버스를 대표하는 초대형 여객기인 B747-8i와 A380을 투입하는 이유는 폭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지금은 B777-300ER을 LA, 뉴욕 노선에 투입하고 있는데, 좌석 수가 277석 또는 291석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2층 구조로 돼 있는 B747-8i와 A380은 운용 좌석이 각각 368석, 407석에 달한다. B777을 투입할 때보다 공급 좌석을 최대 47%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오는 25일부터 인천~태국 방콕 노선에 A380을 주 7회 투입할 계획이다. 7월부터는 LA 노선에도 A380을 투입한다. 인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지난 1일부터 B777 대신 A380 여객기를 주 7회 투입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관계자는 “격리 면제 및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폭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이 초대형기를 국제선 투입하기 시작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초대형기는 인건비와 정비비 등 운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탑승률이 저조할 때 띄우면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 지금까지 2년 넘게 매달 수억원의 정류료를 내면서 공항에 가만히 세워져 있던 이유였다.
항공사들이 최근 초대형 여객기를 다시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여객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뉴욕 노선에서 3만4558명의 승객을 태웠다. 7879명의 승객을 수송했던 작년 5월보다 4.4배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인천~LA 노선의 승객도 1만3289명에서 5만5389명으로 4.2배 늘었다.
다만 초대형기는 장기적으로 항공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여객 수요 폭증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국제선에 투입되고 있지만, 여객 수요가 안정화될 경우 높은 운영 비용 탓에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A380과 B747-8 운항을 수년 내 중단시키는 대신 중·대형기 위주로 기단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대한항공은 B747-8i 여객기 1대를 줄였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도 최근 “초대형기 반납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