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 운임제’ 지속·확대를 주장하며 나흘째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를 이어가면서 주요 수출입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물류 차질에 따른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물류업계에선 파업이 1주일 이상 길어지면 국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중앙수송대책본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신항·북항)에서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 6842개가 들어오고 6193개가 나갔다. 총반출입량은 1만3035TEU로 평소 같은 시간 3만349TEU보다 57% 적다. 하루 전체로 보면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5만2000TEU가량이었는데, 화물연대 파업 이후 약 1만6000개(70%) 줄었다. 부산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중에는 반출입량이 평소보다 80% 이상 감소한 경우도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있는 A사 정문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화물차 출입을 두고 경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인천항도 컨테이너 반출입이 줄었다. 인천항의 하루 평균 반출입량은 1만5000TEU 수준이었는데, 5000TEU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국내 최대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고객사들을 통해 받은 파업 동향 보고를 보면 부산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정·후문에서 화물연대와 마찰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천항의 경우 빈 컨테이너만 옮길 수 있고 제품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는 반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터미널의 장치율(컨테이너의 쌓여 있는 정도)도 오름세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77.5%로 평소 70%보다 7.5%포인트 높다. 장치율이 80%를 넘어서면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에 어려움이 큰 상황으로 본다. 인천항은 장치율이 80% 선을 계속 웃돌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미리 컨테이너를 옮겨두는 등의 조처를 해서 아직 운영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번 주말을 넘기면 상황이 정말 심각해질 것”고 말했다.

산업계 전반의 물류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쌍용C&E, 한일시멘트(300720), 성신양회(00498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일현대시멘트(006390)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사의 하루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10% 안팎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흘 동안 약 45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시멘트 공급을 받지 못하면서 전국 레미콘 공장 1085곳 가운데 60%가량이 가동을 멈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시멘트가 생산공장과 유통기지 등에 총 87만톤(t)까지 늘었다”며 “수도권 대부분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생산공장에는 시멘트가 넘쳐 생산에 압박받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고 했다.

철강업계도 하루 평균 15만t 규모의 철강재 출하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평균 4만t과 3만5000t씩 제품 수송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사 관계자는 “제품 출하 시점을 이번주 말로 한차례 연기했는데, 다시 다음주 초로 미뤄야 할 상황”이라며 “이후에는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물류업계에선 이번 주말 이후에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어지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수송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화물연대 위원장과 만나 대화했고, 11시부터 실무진 면담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