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중 북미 진출이 가장 늦은 삼성SDI(006400)가 연구개발(R&D)에는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기술 초격차 전략을 배터리 부문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 연구개발비로 2583억원을 지출했다. 전년(2212억원) 동기 대비 16.7% 증가한 수치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4%다. 이 역시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포인트(P) 가량 줄었는데, 같은 기간 매출이 37% 증가하면서 비중이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분기에 1836억원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1298억원) 대비 41.44%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 조직을 세분화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셀선행개발센터, 팩개발센터, 배터리관리시스템개발센터, 차세대전지개발센터, 분석센터 등을 두고 있다. 현재 고용량,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배터리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가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분사했기 때문에 R&D 비용 증감은 확인할 수 없다. 올해 1분기 R&D 비용은 47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78%였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액의 7.45%에 달하는 792억원을 투자했다. SK온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BaaS(Battery as a Service, 배터리 서비스 사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3조원을 들여 올해 말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한다. 가동 시기는 2025년 1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현지 합작법인을 세우고, 자체 공장까지 가동 중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게 북미에 진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업계와 삼성SDI 안팎에서는 북미 시장 진출이 지연된 데 대해 적잖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SDI는 북미 진출에 신중한 대신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통하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과 분리막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전지다.

불이 붙지 않아 안전하고, 음극을 흑연 대신 리튬 금속을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최대 80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시판된 전기차는 1회 완충 시 최대 400~500㎞ 달린다.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그동안 고체 전해질 설계와 합성에 성공해 전고체전지 시제품을 만드는 등 ‘기술 초격차’에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