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반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켰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기업용 세무회계 솔루션, ERP(전사적 자원 관리),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내놓고 있는 국내 중견기업 더존비즈온(012510)의 지용구 솔루션부문 대표는 코로나가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여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다닌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만난 그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진 지난 2년 반을 경험한 만큼 직원들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라면서 “리더들은 무언가를 고도화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것부터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가 지난 24일 기업들의 디지털전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존비즈온 제공

-디지털 전환은 왜 필요한가.

“팬데믹은 과정 중심의 일을 결과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이전에는 5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많은 전문가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누가 무임승차자인지 알게 됐다고 얘기한다. 이제 엔데믹으로 가니 비대면으로 혼자 일했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된다.

조직은 이들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별로 일하는 게 조직 입장에서도 낫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거다. 사람 머릿수를 두 배 늘리는 것보다 한 사람의 퍼포먼스(성과)를 두 배로 올리고, 조직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불필요한 것부터 제거해야 한다. 업무 분업화를 생각해보자.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일을 자꾸 나누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도 3명이 하도록 나눈다. A가 데이터를 만든다면, B가 엑셀에 이를 입력하고, C가 필터링하는 식이다. 이건 더하기다. 데이터 추출·입력과 같은 기본 업무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로 넘기면 된다. 이런 일을 빼야 한다.

문서를 만들어서 조직 내에서 소통하는 것도 비슷하다. 어떤 일을 해서 이를 다른 부서에 넘기면서 첨부파일을 보낸다. 상대방은 이를 다운로드 해서 업데이트하고, 다시 추가된 파일을 보낸다. ‘구글 독스’라는 웹 오피스를 쓰면 문서 링크만 공유하면 모든 업무를 한 문서에서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고도화하라’ ‘극대화하라’라는 표현보다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라’는 게 더 명확하다.”

-알고도 실천 못하는 리더가 많은데.

“골프를 치다가 타수가 줄고 공이 잘 맞으면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같은 자세로 똑같이 쳤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이건 실력이 아니다. 알고 있는 정보가 지식이 되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많은 리더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회사는 성과가 나야 한다.

디지털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고객 수장을 만날 때 늘 ‘리더의 다른 말은 실무자’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건 기대밖에 없다. 기대만 갖고는 절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최근 개발자 등 인재를 구하는 게 모든 업계의 최대 과제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낸 자료를 보면, 청년 직장인(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46%가 이직 경험을 갖고 있고, 이직 이유 중 1위가 임금·복리후생(23.9%), 2위가 직장 상사 등 근무환경(20.4%)이라고 나온다. 이걸 쉽게 말하면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상사 밑에 있는 것이 불행이다’라고 보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거다.

이직은 얼마나 많이 하는가 보다, 좋은 인재가 움직이는가를 봐야 한다. 좋은 인재는 급여라는 조건보다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간다. 상사도 공부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이 이직하는 건 ‘너희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고 시각을 바꿔야 한다.”

최낙훈 SK텔레콤 스마트팩토리CO(컴퍼니)담당(왼쪽)과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가 올인원 비즈니스 솔루션 플랫폼 ‘엔터프라이즈 웍스(가칭)’ 서비스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조직과 함께 개인도 성장하는 데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

“100명이 있는 조직에서 언제까지 경비를 청구하라고 했다고 하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조직에는 항상 섞여 있다. 3명이 마감을 지키지 않으면, 97%가 일을 했더라도 회계 담당자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더존비즈온에는 ‘멀린(멀티 캘린더)’이라는 제품이 있다. 일정, 시간, 업무 등 관리를 할 수 있는 통합 도구다. 3명의 직원에게 회계 담당자를 대신해 ‘경비 청구 마감일이 다가왔다’ 또는 ‘마감일이 지났다’ 하는 알림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사람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다. 도구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적극적으로 업무 동참을 유도하고, 누군가의 일이 끝나도록 할 수 있다. 개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알려주고, 개인을 중심으로 앞뒤에 어떤 일들이 있고, 어떻게 진행 중인지도 보여주는 시스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 능력치의 한계가 49%라면, 시스템으로 나머지 51%를 채워주자는 거다.”

-더존비즈온의 연 매출과 주가가 제자리걸음이라는 투자자 우려도 있다.

“더존비즈온은 기업용(B2B) 솔루션 업체인 만큼 개인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이 끝나고 그간 풀렸던 유동성이 회수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탄탄한 회사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더존비즈온은 팬데믹 기간에도 움츠려 있지 않고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준비했고, 이런 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조만간 투자자들이 보는 불안감은 사라질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과 잇달아 손잡고 있는데.

“예전에는 기업에 시스템을 납품하고 끝났다면 이제는 그 시스템에 쌓여 있는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데이터를 보기 때문에 잘 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업종이 같으면서도 더 잘 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컨설팅 영역으로 진출하기 유리하다. 최근 신한은행과 재무 예측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하고, SK텔레콤(017670)과도 제휴를 맺은 것은 이런 데이터로 훨씬 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기업 고객들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