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광업공단(광업공단)이 자체 소유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 생산되는 니켈을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086520)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코프로는 니켈이 대량으로 쓰이는 양극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노무현 정부 때 투자가 진행됐으나,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와 함께 적폐로 낙인 찍혀 매각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각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업공단은 에코프로 등과 니켈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광업공단과 에코프로는 곧 니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는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일반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60% 수준인 데 반해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이 80~90% 들어간다. 니켈의 비중이 높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지고 저장용량이 커지기 때문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늘어 고급 전기차에 자주 쓰인다. 판가도 높아 수익성에 좋다.
최근 국제 니켈 가격이 급등하는 데다 수급도 불안정해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의 니켈 수급안정화지수는 올해 1월 8.81에서 2월 7.40, 3월 6.24, 4월 6.34 등을 보였다. 수급안정화지수는 4차산업 원료광물의 국내 수급 위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지수가 0~1이면 수급 위기, 1~5면 수급 불안, 5~20 이면 수급 주의, 20~80이면 수급안정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니켈 공급량이 수급주의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달 니켈 가격은 전년 평균 대비 44.96% 오른 톤(t)당 2만68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광업공단은 암바토비 광산에서 연 평균 4만7000톤(t)의 니켈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도 4만2000t의 니켈을 확보할 것으로 공단 측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세로 따지면 11억2560만달러(1조427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암바토비 니켈이 국내 기업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니켈 수급 불안정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바토비 광산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STX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니켈은 연 평균 4만7000t, 코발트는 연 평균 3400t을 생산하고 있다. 코발트 역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이 광산은 10여년에 걸쳐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 최근에서야 경제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적폐’로 낙인 찍혀 국내 공기업들이 보유한 해외자원 사업장이 순차적으로 매각됐고, 암바토비 광산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광업공단은 올해 초까지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매각을 중단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올해 니켈 값이 뛰면서 1분기에 3514만6000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올렸다.
지난 3월에는 암바토비 니켈 프로젝트가 영국 금융지 아이제이글로벌(IJGlobal)이 수여하는 재무구조조정 부문 ‘올해의 딜(Deal of the Year)’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며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자 해외자원 개발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세제와 금융 지원을 통해 민간기업의 해외자원 투자를 늘려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