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안전성이 추락하고 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부채비율이 8000% 이상으로 치솟았고 에어서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연 7~12%대 고금리 영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는데, 본업인 여객 사업에서 흑자를 내야 기업 존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8470%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인데, 상환해야 할 부채가 자기 자본보다 84배 많다는 뜻이다. 작년 말 부채비율이 1494%였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5배 뛰었다. 올해 1분기 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결손금이 더 늘어났고 자본총계가 줄면서 부채비율이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국내 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티웨이항공의 자본잠식률은 작년 말 35%에서 올해 1분기 87%로 50%포인트(P) 이상 늘었다. 통상 연말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이 50%보다 높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42%에서 37%로 떨어졌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으로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유동부채)를 37%밖에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신형기 도입으로 리스 부채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며 “최근 유상증자 흥행으로 1200억원을 수혈해 2분기에는 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되고 부채비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 사정도 비슷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는 각각 779억원, 3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작년 말 587%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 말 920%까지 2배 가까이 올랐고,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248%에서 299%로 50%P 이상 증가했다. 두 LCC의 유동비율은 각각 61%, 73%로 작년 말보다 모두 20%P가량 하락했다.

2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에어부산(298690)은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673%에서 1431%로 2배 이상 급등했으며 자본잠식률도 32%에서 65%로 올랐다. 특히 에어부산의 유동비율은 22%를 기록하며 국내 상장 항공사 가운데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대형항공사(FSC)는 화물 사업으로 흑자를 기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소폭 개선됐다. 대한항공(003490)은 올해 1분기 788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부채비율이 275%에서 254%로 줄었다. 유동비율은 80%에서 90%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4495억원에서 991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올해 1분기 1769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4조원에 달하는 리스부채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2282%에서 2218%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항공업계는 여객 사업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4년은 돼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방역 규제가 여전히 해제되지 않고 있어서다. 여객 사업 회복 전까지 버티기 위해 제주항공은 최근 연 7~12%대 고금리 영구채를 630억원 규모 발행했고, 오는 26일에도 87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을 마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등 항공업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