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블룸SK퓨얼셀과 두산퓨얼셀(336260)을 중심으로 짜여진 차세대 연료전지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자체 사업 강화와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료전지와 관련해서는 그룹 지주사인 HD현대(267250)와 공동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연료전지는 주변기기부터 내재화를 시작해 SOFC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를 연료로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발전 장치인 수소 연료전지는 SOFC, PEMFC(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 PAFC(인산형 연료전지) 등의 유형이 있다. 이 중 PEMFC는 차량용이나 가정용 등에 쓰이고, PAFC는 중형건물이나 플랜트용으로 쓰인다. 상대적으로 저온(50~250℃)에서 작동하는 특성이 있지만, 연료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효율은 40~45%(PAFC), 40%이하(PEMFC) 등으로 높지 않다. 열에너지로 변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SOFC는 대규모 발전이나 중소사업소 설비, 선박 등 대형 이동체의 전원으로 쓰일 수 있다. PEMFC, PAFC보다 높은 50~60%의 발전 효율을 보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온(800~900℃)에서 작동해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SOFC의 효율성 때문에 국내외 관련 업체들은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SOFC 기술기업은 연료전지를 만드는 국내기업과 손잡고 양산을 준비하고, 조선사와는 연료전지 추진선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와 지난 2020년 합작법인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하고, 경북 구미에 연산 50㎿ 수준의 제조공장도 준공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지난 2019년 블룸에너지와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 GL에서 ‘연료전지(Fuel Cell) 적용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 기본승인(AIP)을 받았고, 2021년에는 SOFC 추진 LNG 운반선을 개발해 DNV로부터 AIP를 받았다. 블룸에너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해상용 연료전지에 대한 미국 선급인 ABS의 형식승인을 추진 중이다.
PAFC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던 두산퓨얼셀은 영국 세레스파워와 2024년까지 발전용 SOFC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선박용 SOFC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SOFC에 비해 200℃ 정도 낮은 620℃에서도 작동해 내구성과 수명을 강화한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50㎿ 규모의 공장을 짓고 양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쉘(shell), 한국조선해양과 함께 선박용 SOFC 연료전지 실증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3사는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 및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해상 상황의 특수성과 SOFC의 취약한 내구성 등 때문에 PEMFC 중심의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개발에 힘썼지만, 올해 2월 쉘, 두산퓨얼셀과 실증 협력의향서를 체택하면서부터 SOFC로 무게중심을 옮겨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연구개발(R&D)센터 문을 열고, 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SOFC 기술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블룸에너지-SK, 세레스-두산으로 구성된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블룸에너지는 삼성중공업과 오랜 기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의 중장기 방향성은 자체 사업 강화와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라면서 “설계용역을 뛰어넘어 기자재 핵심 부품 제조 사업을 강화하고, 조선해양 신재생 기자재 관련 미래 핵심기술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