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를 30%로 추가 인하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류세 인하분을 휘발유 판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한 주유소는 전체의 1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사단법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4월 30일 대비 휘발유 판매 가격을 리터(L)당 77원 이상 내린 주유소는 전체 1만964개 가운데 1814곳(16.6%)에 불과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에 국제 휘발유 가격 인상분을 반영했을 때, 판매 가격을 L당 77원 이상 내려야 한다는 게 석유시장감시단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 판매 가격을 L당 0~76원 인하한 주유소는 6565곳(59.9%), 가격을 동결한 주유소는 2283곳(20.8%)에 달했다.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302곳(2.8%)이었다.
상표별로 살펴보면, 가격을 L당 77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 비율이 가장 많은 곳은 알뜰주유소였다. 알뜰주유소 71.5%가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뜻이다. 정유사 4사 중에선 현대오일뱅크 21.4% SK에너지 14.6%, 에스오일(S-OIL) 9.5%, GS칼텍스 9.4% 순으로 휘발유 판매 가격을 77원 이상 인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3.19%만 가격을 제대로 내렸다.
경유 판매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한 주유소도 10%대에 불과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과 국제 경유 가격 인상분을 고려했을 때 L당 38원 이상 경유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가격을 제대로 반영한 주유소는 1420곳(13%)에 불과했다. 0~37원 인하한 주유소는 1868곳(17%), 가격을 동결한 주유소는 2798곳(25.5%)이었다. 오히려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4878곳(44.5%)에 달했다.
알뜰주유소는 94.2%가 경유 판매 가격을 L당 38원 이상 인하했다. 정유사 4사 중에선 현대오일뱅크 17.9%, SK에너지 11.4%, GS칼텍스 7%, 에스오일 4.9% 순으로 경유 판매 가격을 38원 이상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알뜰 주유소 중에선 38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가 아예 없었다.
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의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주유소들이 고유가 상황에 편승해 가격을 제대로 내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