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주춤했던 자전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실외 운동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자전거 수요 급증으로 자전거 중고 거래나 공유 플랫폼 같은 신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전거 경제 또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늘어난 자전거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시중 자전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공급망 문제도 한 원인이지만, 특정 업체들이 생산과 부품 조달을 독점하고 있는 자전거 시장 구조도 자전거 품귀 현상을 심화시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팬데믹은 일반인들의 자전거 관심을 높였지만, 이로 인해 나타난 품귀 현상은 일반인들의 자전거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자전거 경제 빅뱅’ 기획을 통해 자전거 경제가 팬데믹이 이후 지속 성장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이유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제이 타운리 휴먼파워드솔루션즈 공동 창립자, 대린 듀버-스미스 MSU덴버 마케팅학과 부교수. /제이 타운리·대린 듀버-스미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 세계 각국에서 이동이 제한되고 실내, 단체 운동이 어려워지자 자전거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자전거 공급량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품귀 사태가 빚어졌다.

제이 타운리(Jay Townley) 휴먼파워드솔루션즈(Human Powered Solutions) 공동 창립자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감염 우려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한 소비자가 늘었다”면서도 “팬데믹으로 자전거 주요 제조사 공장이 있는 중국이 폐쇄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자전거 대란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타운리는 60년 이상 자전거 업계에 몸담으며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 자이언트의 북미 지사장, 슈윈 부사장 등을 지낸 베테랑이다. 그가 업계 전문가들과 세운 휴먼파워드솔루션즈는 자전거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컨설팅 업체다.

대린 듀버-스미스(Darrin C. Duber-Smith) MSU덴버 마케팅학과 부교수는 자전거가 자동차의 대체 수단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집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위해 자동차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건강에도 유익한 자전거를 택했다”고 말했다. 듀버-스미스 부교수는 스포츠 마케팅, 친환경 마케팅, 소비자 행동 등에 관련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도로에 자전거가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자전거 등록제 도입, 자전거 도로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소위 ‘자전거 붐’이 일었다. 

타운리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미국 내 자전거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4~5월엔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최대치로 급증했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린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이동 수단을 원했다. 출퇴근은 물론, 야외 레저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듀버-스미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인 이동 수단이 필수가 됐다. 그러나 자동차를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대체 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했다. 또 팬데믹 여파로 집 안에만 갇혀있던 사람들이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를 위해, 좀 더 안전한 야외 레저를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찾았다.”

특히 고가 자전거가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듀버-스미스 “팬데믹 초기 야외 활동이 제한되고 소비 심리가 쪼그라들면서 소비자들은 현금을 보유하게 됐고, 심지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찍어냈다. 이렇게 현금 보유량이 많고, 소비 욕구가 억눌린 상황은 명품 소비를 부추겼다. 또 자동차를 바꾸거나 매일 우버를 이용하는 대신 자전거를 택한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자전거에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자전거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타운리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경험하며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마치 휴지를 사재기하듯 자전거를 구매했다. 같은 해 여름까지 자전거 매장에서 제품을 제대로 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소비가 급증한 탓도 있지만, 기존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전거 90% 이상이 수입산인데, 그중 85%가량이 중국산이다. 특히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미국의 자전거 수입량은 1310만 대로, 20년 만의 최저치에 머물렀다.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전거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인상하면서 수입량 자체가 줄었다. 이후 예기치 못한 팬데믹 사태가 벌어졌고, 이미 낮아진 공급량으로는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또 팬데믹에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물류에 차질이 빚어졌다. 코로나19 이전에 수입 자전거 운송에 40~45일이 걸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65~70일까지 지연됐다. 이 역시 원활한 (자전거) 공급을 방해했다.”

듀버-스미스 “팬데믹 기간 벌어진 공급망 문제는 전 세계 모든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자전거는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여파가 컸던 것 같다. 중국은 여전히 팬데믹과 관련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극심한 노동력 부족으로 물류가 마비됐고, 선적이 지연됐다.”

이코노미조선

지금은 공급망 문제가 해소됐나.

타운리 “2021년 4분기부터 자전거 소비가 서서히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 품귀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여전히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전거 업체 자이언트는 전체 제품 50% 정도를 중국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자이언트뿐만 아니라 대부분 자전거 제조사와 부품 업체들은 코로나19로 봉쇄됐었거나 아직도 봉쇄 중인 중국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관계 흐름에 따라 자전거 공급망에 더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전거 시장 전망은. 

타운리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자전거는 이미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이며, 야외 레저족(族)이나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좋은 즐길 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자전거는 배달, 유통, 개인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서 계속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특히 전기자전거 수요 급증으로 전기스쿠터, 전동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의 성장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자전거 업체들은 물론, 자동차나 IT 업체들도 이 분야를 주목할 것이다.”

듀버-스미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줄고 있다. 여기에 건강과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전거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본다.”

각국 정부는 환경문제 대안으로도 자전거를 주목한다. 정책 제언을 한다면.

타운리 “자전거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잘 통합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자금을 갖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엄격한 관련 교통 법규·조례 시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 계획 관계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시행돼야 한다. 또 도시에 비해 관련 서비스나 인프라가 훨씬 부족한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듀버-스미스 “물론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도로에 자전거가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보행자 도로나 차도의 혼잡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더 안전하고 매력적인 이동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 자전거 등록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자전거 도로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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