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최근 5만원선을 넘어섰다. 국내 발전사들이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사들이는 REC 가격이 5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9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을 빠르게 높이면서 REC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C 가격이 계속 오르면 발전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4일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REC 현물 시장 가격은 5만32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4월 말 3만4200원보다 55.6% 높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 가격이었던 지난해 7월 22일 2만9700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래픽=이은현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REC 가격은 하락세였다. 2017년 12만3000원이었던 REC 연평균 현물 가격은 2018년 9만7900원까지 떨어졌고, 2019년 6만3579원, 2020년 4만2309원까지 폭락했다. REC 수익을 노린 태양광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REC가 시장에 과도하게 공급된 결과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지난 4년간 태양광 신규 보급용량은 15.6GW(기가와트)로 2017년 말 누적 용량(6.4GW) 대비 2.4배 이상 늘었다.

수년간 하락을 거듭했던 REC 현물 가격이 반등하는 이유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며 RPS 비율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9%였던 RPS 의무공급 비율을 ▲2022년 12.5%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0%로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부터 총 설비용량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은 RPS 비율에 맞춰 전체 발전량 가운데 12.5%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며, 해마다 이를 늘려야 한다. RPS 비율을 채우기 어려울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입해 충당해야 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RPS 비율을 높이면서 REC 수요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C 가격이 급등하면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민간 사업자의 발전 단가가 오르면 한전이 이들로부터 사오는 전력 구입 비용도 오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만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한전 입장에선 비용이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발전사 대부분이 REC를 장기 계약으로 조달하고 있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RPS 비율을 조정할 경우 REC 가격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현 30%에서 20~25%로 낮추는 대신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