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콘텐츠가 최근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로 활용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그동안 블록체인 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기반 닦기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NFT 발매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것이다.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업계도 줄줄이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NFT를 발행하고 나섰다. 그러나 NFT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거품 논란이 일고 있어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182360))는 블록체인 게임사 애니모카브랜즈와 ‘애니큐브’를 세우고 지난달 초 NFT 에어드랍(무료 배포) 홈페이지를 열었다. 소속 가수인 비투비(BTOB), 펜타곤, (여자)아이들, 라잇썸(LIGHTSUM)의 영상을 활용한 비디오 NFT를 발행하기 위해서다. 에어드랍 신청자는 열흘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26일 지급이 완료됐다. 큐브는 이달 말 2차 NFT를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FNC엔터테인먼트(에프엔씨엔터(173940))도 블록체인 스타트업 더판게아와 NFT 발행 프로젝트 ‘모먼트 오브 아티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스에프나인(SF9)에 이어 피원하모니(P1Harmony)의 비디오 NFT가 발행됐다. 미공개 사진, 무빙 포스터와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숏폼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NFT는 각각 다른 콘텐츠로 구성돼 한정 수량으로 발행됐다. 소유자들은 구매 사이트에서 2차 거래도 가능하다.

FNC엔터테인먼트의 NFT 발행 프로젝트 '모먼트 오브 아티스트' 홈페이지의 '마켓 플레이스'. NFT 구매자들은 이곳에서 NFT를 다시 사고 팔 수 있다. /모먼트 오브 아티스트 홈페이지 캡처

하이브(352820)는 레이블 쏘스뮤직의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의 디지털 포토카드 12만장을 이달 초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했다. 포토카드는 이미지와 메시지, 목소리 등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직접 조합해 만들 수 있다. 하이브는 올 하반기, 두나무와 함께 만든 플랫폼에서 르세라핌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세븐틴(SEVENTEEN),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아티스트의 디지털 수비니어(Digital Souvenir)를 NFT로 발행할 예정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처럼 풍부한 IP를 보유한 콘텐츠 업계도 NFT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MBC는 지난 2018년 종영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NFT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NFT 예술 작가와 협업해 방송 IP를 활용한 캐릭터 작품을 선보이는 것인데, 이 캐릭터 NFT는 경매로 판매되고 있다. 앞서 MBC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쓰이던 자사 방송 프로그램의 원본 영상 클립을 NFT로 제작했는데, 최대 950만원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영화 투자·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160550))는 영화 포스터를 NFT에 활용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특송’의 포스터를 기반으로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코딩 기술로 만들어진 예술품)’ NFT 3000여개를 발행해 완판됐다. 카카오(035720)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튼’으로 구매가 가능한데, 선판매와 본판매에서 각각 30클레이튼, 50클레이튼이던 이 작품은 지난 29일 기준 NFT 마켓 오픈씨(Open sea)에서 최대 600클레이튼에 입찰되고 있다. 세 달 만에 가격이 20배 뛴 것이다. NEW는 이를 시작으로 향후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약 35억원에 낙찰된 트위터 창업주 잭 도시의 첫 트윗의 최근 입찰가가 100분의 1수준인 10.3이더리움(약 3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오픈씨(Open sea) 캡처

다만 최근 일부 NFT 가격이 폭락하면서 NFT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위터 창업주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은 지난해 NFT로 발행돼 290만달러(약 36억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13일 1년여 만에 다시 열린 경매에서 최고 입찰가는 280달러(약 35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경매가의 1만분의 1, 목표 가격 (4800만달러, 약 600억원)의 2만분의 1 수준이었다. 이후 입찰가는 차츰 오르고 있지만 최고가는 여전히 3만달러(약 3800만원)선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고양이 캐릭터 NFT를 악용한 사기 범죄가 적발되면서 NFT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IP를 활용한 NFT는 투자를 위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한정판 ‘팬덤 굿즈’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 콘텐츠는 특정인이 소유하기보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 공유돼 왔다”며 “이 특성 때문에 팬덤 사이에선 일반 대중과는 공유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NFT로 이 수요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굿즈’라는 희소성을 소구해 팬덤과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