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 등 주요 철강사가 5월 철근 판매가를 올렸다. 건설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철근 가격의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등은 이달 철근 기준가격을 톤(t)당 104만8000원에서 111만원으로 6만2000원 올렸다. 지난 2월 3만1000원, 3월 3만1000원, 4월 2만6000원 등 올해 들어 철근 가격 인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지난 1분기 평균 철스크랩(고철) 가격보다 지난달 고철 가격이 6만원 이상 올라 철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내걸린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뉴스1

수급 상황도 철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도 철근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외국산 철근 수입량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수입량은 17만7186t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 줄었다. 지난달부터 중국산 철근 수입이 늘었으나, 중국 정부가 감산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기준 가격이 오르면서 철근 유통가도 상승할 전망이다. 이미 철근 유통가(SD400 기준)는 연초 t당 104만5000원에서 지난달 말일 116만5000원으로 11.5% 올랐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유통사를 통해 철근을 사는 중소·중견 건설사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자재 비용이 전체 공사비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철근 생산기업인 현대제철은 ‘수익성 중심의 철강사’를 지향하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부터 새로운 철근 가격 체계를 도입했다. 원재료인 철스크랩뿐만 아니라 부재료와 전기요금 등도 철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달 인상분에는 전기요금이 따로 반영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모두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6974억원을 기록했는데 증권사들의 전망치 5985억원보다 16.5% 높은 수준이다. 동국제강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증권사 전망치보다 32.6% 높은 205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한국특강(007280)이 이달부터 철근 신규 생산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어서, 하반기에도 철강사 우위의 시장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빡빡한 수급상황이 철근 가격을 뒷받침해왔던 것인데, 공급량이 늘면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건설시장 상황 등 앞으로 변수가 많아 철강사의 영업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