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홍 유베이스 대표가 26일 부산시 연산동에 개소한 컨택센터(콜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베이스

지난해 10월 한국IBM 대표, 딜로이트컨설팅 코리아 대표, 모니터그룹 아시아 대표 등을 지낸 송기홍 대표가 연 매출 4100억원(2021년 기준), 시장 점유율 5%의 콜센터 업체인 유베이스로 자리를 옮겼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떤 이는 “아마추어 리그에 해비급 프로 선수가 왜 들어온 거냐”라고 말했다.

약 20년의 컨설팅 경력을 가진 그는 한국을 한 단계 끌어올릴 성장동력이 반도체·자동차가 아니라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2024년까지 연 매출 1조원,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콜센터는 군소업체가 많아 5%의 점유율도 업계 1위지만, 이를 10%로 늘려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콜센터의 근원적 경쟁력인 사람의 수준을 끌어올려 상담 서비스 품질을 최고로 만들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라고 자신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M&A)도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서 유베이스의 콜센터인 ‘부산 피닉스 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방에서는 처음이다. 통유리로 개방된 1층은 세련된 느낌의 카페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만난 송 대표는 “6월에는 이보다 더 놀랄 만한 서울 콜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까지 내려와 콜센터를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총 700석의 자리에,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까지 감안하면 1000명쯤 고용할 수 있는 콜센터다. 요즘 수도권은 인재난이 심하다. 물류센터 등이 많은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콜센터 업무를 할 수 있는 좋은 상담사를 비수도권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거점이 될 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박형준 부산시장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서로의 수요가 잘 맞아떨어졌다.”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송기홍 유베이스 대표가 지난 1월 26일 컨택센터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베이스

-지난 1월에 콜센터 업계 최초로 ‘공채’ 상담사를 뽑아 화제가 됐다.

“콜센터 상담사의 정착률은 꽤 낮다. 이유를 심층 조사해 보니 상당수 직원은 ‘일이 너무 어려워 적응을 못 해서 나간다’라고 했다.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제대로 교육해주고, 코칭해주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그러다 보면 상담사의 정착률이 올라가지 않겠나. 정착률이 올라간다는 건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할 역량도 올라간다는 의미다.”

-공채를 3기까지 뽑았다. 반응은 어떤가.

“공채로 뽑힌 직원들은 다른 회사보다 교육 프로그램이 좋으니 만족한다. 고객사에서도 그동안 업계가 안 하던 일을 유베이스가 하니 주목한다. 어떤 고객사는 3개월치 월급을 필요하면 분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인재 육성에 같이 투자하고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의사도 보인다. 이런 시도가 산업 전체, 상담사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왜 유베이스에 왔는지 궁금해한다.

“20년 이상 컨설팅을 하면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국의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배 등 수출을 담당해온 제조업은 거의 최고 단계까지 왔다. 여기에서 한국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경쟁력은 서비스다. 콜센터처럼 기업 업무를 아웃소싱으로 제공하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e)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다.”

유베이스가 비수도권 최초로 문 연 부산 콜센터 전경. /유베이스

-최근 한일네트웍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경쟁사가 7~8개씩 난립해서는 산업이 설 수 없다. 10~15년 전 수많은 회사가 경쟁하던 스마트폰·자동차도 이제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기아(000270), 그리고 수입업체만 남았다. 서비스업에서도 이런 통합이 시작될 것이다. 몸집을 키워서 압도적 1위를 하면 이를 따라잡으려는 2위 등 몇몇 업체만 남게 된다. 그래야 수준이 올라가고 전체 산업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2024년까지 매출 1조원, 점유율 10%를 목표로 잡았다. 작년의 2배 수준인데.

“각 산업의 1등 내지는 선두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할 것이다. 단가를 낮춰 달라는 고객사는 받지 않을 생각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하는 건 ‘제살 깎아먹기’다. 프리미엄 콜센터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고, 서비스의 중요성을 아는 기업으로만 점유율 10%를 채울 것이다. 이와 함께 상당 부분은 M&A로도 채울 것이다. 경쟁사 인수도 방법이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이 내부 자회사 형태로 갖고 있는 콜센터 기능을 가져올 생각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예외 없이 기업들이 핵심 경쟁력만 가져가고 부수 업무는 이를 잘할 수 있는 기업에 외주로 주고 있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서비스 품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야 고객 만족도도 올라간다. 콜센터는 고객의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뽑아내는 곳이다. 기업의 상품 개발, 마케팅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나중에는 인사이트(통찰력)를 파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상담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대신해 상담을 자동화하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요즘 상담을 보면 ‘업무 시간이 몇 시부터인지’ ‘주문했는데 배송은 언제 오는지’와 같은 단순 문의는 거의 없다. 이런 문의는 현재도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기계가 잘하는 건 정해진 답을 정확히, 빨리 뱉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어려움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답하고 만족까지 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관이 필요하다. 슈퍼컴퓨터 100대를 동원해 수학적으로 풀려고 들면 절대 해결 못 한다. AI나 클라우드, 데이터 등 기술은 상담사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8000석 규모의 본사를 경기 부천에 두고 있는데 서울에도 6월에 콜센터를 오픈한다.

“세상에 없던 콜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간 콜센터 하면 마치 ‘벌집’처럼 상담사들이 칸막이 세워진 책상에 다닥다닥 앉아서 전화를 받는 구조였다. 상담사가 우리 기술을 활용해 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으로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유베이스가 어떤 기술을 갖고 상담하는지, 고객사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