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원지 제조사 영풍제지(006740)와 포장용지 1위 제조사 페이퍼코리아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인수를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문 등 인쇄용지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온 전주페이퍼는 당초 목표한 매각 시점을 8년이나 넘겼지만 새 주인을 못 찾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제지업계에 따르면 페이퍼코리아(001020)는 최근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지만, 최대 주주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나서며 주관사를 선정하고 잠재 후보군에게 투자안내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대상은 유암코가 보유 중인 페이퍼코리아 지분 61.98%와 채권이다. 유암코는 이르면 다음달 말 예비입찰, 올 가을 계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에 쌓여있는 골판지 상자의 모습.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페이퍼코리아는 1944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지 회사로, 포장용지와 신문용지를 만든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신문용지 22%, 포장용지 62%다. 포장용지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골판지원지 제조사 영풍제지도 인수전이 치열하다. 매각 대상은 큐캐피탈이 보유한 영풍제지의 경영권과 지분 50.55%, 몸값은 2000억원선이다. 큐캐피탈은 지난 2015년 이 지분을 65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1년 만에 영풍제지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시가총액은 6년 만에 3배가량 뛰었다.

영풍제지는 골판지원지와 지관원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관원지는 두루마리 휴지심처럼 종이나 직물을 감는 데 쓰는 종이를 말한다. 지난 2020년 기준 영풍제지의 지관원지 시장 점유율은 37%로 선두를 달렸다. 지난달 예비입찰에 한국제지, 깨끗한나라(004540) 등 제지업체뿐 아니라 건설회사와 사모펀드 등 10곳이 참여하면서 흥행했다. 다음달 초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본입찰이 실시될 예정이다.

두 회사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골판지의 원지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판지는 택배상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증가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총 36억2000만개의 택배가 오가면서 시장이 전년 대비 8%가량 성장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는 올해 1월 물동량만 2억9000개에 달했다. 여기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으로 친환경 포장재 수요가 늘면서 골판지도 수요가 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반대로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사인 전주페이퍼는 매물로 나온지 8년이 됐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문용지 제조사였던 전주페이퍼는 2008년에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와 신한대체투자운용에 8100억원에 인수됐다. 2013년까지만 해도 연간 7000억원대의 매출을 거뒀지만, 신문용지 사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된 탓에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분율 52%로 최대 주주인 모건스탠리PE는 7년 만기를 목표로 6년차인 2014년부터 전주페이퍼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자가 시작되며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주페이퍼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일부 신문지 생산 라인을 교체해 골심지 생산을 시작했다. 예상 매각가격도 과거 최대 1조원대에 이르렀지만 최근엔 5000억원선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전주페이퍼는 연간 100만톤의 골심지를 생산하고 있어, 생산능력 자체는 국내 1~2위를 다투지만, 설비 자체가 신문용지 생산설비를 개조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택배상자는 골심지와 표면지, 이면지 등 원지로 구성된 골판지로 만드는데, 업계 1위인 태림포장(011280)신대양제지(016590), 아세아제지(002310) 등은 이 공정을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일관화해 생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주페이퍼가 성장하려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같은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며 “전주페이퍼는 원지만 생산하고 가공이 안 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