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객과의 관계가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를 찾아 ‘시장의 변화, 미래의 기업’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디지털 세계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향으로 기업의 목적이 수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수많은 1대 1 관계로 형성되고 가격은 이런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며 “현재 수익보다 고객과의 관계에 따라 미래 현금 흐름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에 대해 주주와 투자자가 신뢰할 때 기업 가치가 형성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2030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약 1%인 2억톤의 탄소를 줄이기 위해 SK가 추진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사례로 들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조직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 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끄는 전략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미국 인텔과 테슬라를 비교하며 두 기업의 주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인텔과 테슬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각각 168만명, 937만명으로 고객과 많은 관계를 맺은 테슬라에 비해 인텔은 고객과 접촉이 부족하다”며 “결국 관계가 기업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에는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동력이 중요하다”며 “창조의 원천으로 변화를 수용해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묻는 질문에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인재가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 한 명이 2011년 SK하이닉스인수를 ‘신의 한 수’라고 언급하자 최 회장은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고 리스크를 어떻게 피할지 고민이었다”며 “저만의 결정은 아니었지만 오늘도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서 재계 순위 2위 그룹이 된 것에 대해 “기업 집단 순위는 자산 순위인데 (순위 상승이) 큰 의미가 없다”며 “‘덩치가 커졌다’, ‘둔해졌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