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내이사에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선 1980년대생 오너 3세들이 각종 신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존 아버지 세대가 본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블록체인과 헬스케어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인 게 특징이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승계 명분 확보가 절실한 만큼, 올해 성과 입증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조선DB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1983년생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은 우주사업·블록체인 등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내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아 우주항공 분야의 미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김 사장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달에는 미국을 방문해 다수의 블록체인 펀드와 회동까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화가 블록체인솔루션 개발 기업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을 설립하는 등 블록체인도 신사업으로 점 찍은 상황”이라며 “최근 김 사장이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다수의 기업과 만나 해외 인맥을 넓히는 것도 신사업 확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사장과 절친한 사이인 1982년생 정기선 HD현대(267250) 사장은 미래선박·수소연료전지·디지털·헬스케어 등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해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개척자(Future Builder)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9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우영 기자

정 사장이 구상하는 신사업 아이디어는 대부분 ‘미래위원회’란 태스크포스(TF)에서 탄생했다. 그는 2020년 9월 그룹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30대 젊은 직원들과 함께 미래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3월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기획했다. 지난해 7월 인수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 ‘메디플러스솔루션’은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모바일 헬스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성환 SK네트웍스(001740) 사업총괄은 각종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초에만 엘비스(헬스케어), 마이코웍스(친환경 가죽), 에버온(전기차 충전), 블록오디세이(블록체인) 등 국내외 스타트업들에 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현재 최 총괄은 SK네트웍스의 각종 신성장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산하에 ‘신성장추진본부’를 두고 투자 관리와 각종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총괄이 올해 대규모 신사업 M&A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여러 기업을 놓고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SK네트웍스는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1조3729억원에 달해 1조원이 넘는 매물 인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침대 매트릭스 제조업체인 지누스(013890) 인수에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올해는 신중하게 M&A 매물을 물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정기선, 최성환 등 1980년대생 오너 3세는 모두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됐다.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끝내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게 재계 평가다. 다만 오너 3세들이 그룹 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앞으로 실적 쌓기에 주력할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이사로 선임된 3세들이 올해를 신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면서도 “우주, 블록체인 등은 당장 성과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