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자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첨단 농기계 생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59.3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보다 33.6% 오르면서 1996년 지수 도입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달 곡물가격지수는 170.1포인트로 전달보다 17.1% 올랐다. 지난해 3월(123.9)에 비해서도 37.3% 오른 수치다. 세계 식량안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적은 노동력으로 곡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대동과 TYM 같은 농기계 기업의 주가는 최근 급등했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트랙터 등 농기계 수출이 주된 사업 모델이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동과 TYM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가운데 63%가량이 농기계·부품 수출에서 나왔다. 이들 업체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시도 중이다.
TYM(002900)은 기계사업의 디지털 전환에 팔을 걷어붙였다. 디지털 농업은 스마트 농기계와 플랫폼을 이용해 원격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같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조성 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TYM은 이를 위해 최근 DX(디지털 전환) 사업부를 신설했다. DX 사업부는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디지털 정밀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발판을 다질 계획이다.
TYM은 정밀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TYMICT를 출범해 텔레매틱스 기반의 스마트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전기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 등 모빌리티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신개념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TYM은 이 서비스가 장착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올해 안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동(000490)은 농기계를 넘어 각종 스마트 모빌리티 양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동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크게 잔디깎기, 다목적 운반차 등 ‘가드닝 모빌리티’와 골프카트 등 ‘레저 모빌리티’, 그리고 스마트 로봇체어, 전기이륜차 등 ‘퍼스널 모빌리티’로 나뉜다. 지난해부터 5년간 총 2234억원을 들여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전기이륜차의 경우 라스트마일(last mile·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구간) 배송에 특화된 배터리 교환형 전기이륜차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대동은 지난달 ‘카카오T’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 인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엔 상용 전기차 스타트업 ‘퓨처EV’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내년까지 0.5톤(t) 경형 전기트럭 개발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가드닝·레저 모빌리티도 퓨처EV와 함께 개발한다. 대동은 이들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대구국가산업단지에 10만2265㎡(약 3만평)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대동은 스마트팜 사업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오토에버(307950)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농업 플랫폼 전문기업인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했고, 스마트팜 구축에 필요한 플랫폼을 만들어 스마트팜 농업인들에게 정밀농업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기계 업계는 지난 70년간 ‘농기계 한 우물’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트랙터 생산 그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며 “고실적에 힘입어 신사업을 정착시키고 기술 역량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