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점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이 오는 7월 형기가 만료된 후 8월 광복절에 복권되면 연말에 회장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요구하는 경영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월 29일 형기를 만료한다. 지난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형기 만료 시점부터 이후 5년 간 취업제한을 적용받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제한 기간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등이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회장직에 오를 수는 있다. 과거 대기업 총수 중에 취업제한을 받고도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한 사례가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편법 경영 복귀 논란 등을 의식해 현재로선 미등기임원 회장 취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나간 해외출장을 두고도 취업제한 위반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이 부회장이) 당분간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최대한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권이 되지 않으면) 형기가 만료되더라도 운신의 폭은 지금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7월 29일 형기 만료, 8월 15일 광복절 복권, 연말 회장 취임의 시나리오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윤석열 정부도 이 부회장의 복권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과 원자재 공급망 재편,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마스크·백신대란 등으로 삼성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점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잇단 악재에 따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심 사업부서 중 하나인 모바일 부문은 ‘갤럭시S22′ 제품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성능제한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 반도체 부문은 비메모리 파운드 4나노미터 수율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임금협상을 놓고 벌어진 사측과 노조의 갈등은 5개월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 지배구조 상 전문경영인이 있더라도 대규모 투자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전략은 총수가 결정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로우소달리에서 근무한 오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20년간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1974년생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2008~2013년)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2014~2016년)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후엔 금 광산회사인 베릭골드(2016~2019년)에서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직전엔 머로우소달리(2019~2021년)에서 근무했다. 머로우소달리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둔 컨설팅업체로 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주주총회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 컨설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자식에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그룹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전문 경영인 체제를 뿌리내리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시급하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