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펫코노미(Pet+Economy)’는 낯설지 않은 단어다. 반려 인구 증가로 관련 산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사람 간 교류가 어렵게 된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추세를 더 부추겼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도 확산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 금융 상품 출시,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펫테크(Pet+Tech) 발전 등 산업의 고도화, 전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는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의 복지 증진을 위한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 인간 사회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런 변화를 ‘펫코노미 2.0′으로 명명하고 그 현황과 전망을 조망해봤다. [편집자 주]

임준호(왼쪽) 펫나우 대표, 윤성한 펫팜 대표. /각 사 제공

1월 5~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 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펫나우’다. CES 최고혁신상은 20여 개 부문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선정해 주는 상으로, 올해는 국내 스타트업 중 펫나우가 유일하게 수상했다.

2018년 펫나우를 창업한 임준호 대표는 “CES 이후 국내외 반려동물 관련 기업은 물론, 정부, 보험사 등에서 펫나우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의 비문은 사람의 지문 같은 역할을 해 유기동물의 주인을 찾거나 펫보험 가입 시 반려동물 신원 확인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임 대표는 “동물권 향상, 유기동물 문제의식 확산 등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펫코노미 2.0′”이라고 말했다.

‘펫팜’은 동물약국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동물의약품은 법적으로 동물약국과 동물병원에서만 판매 가능하다. 그러나 2021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파는 동물의약품은 약국 대비 최대 두 배 정도 비싸게 판매된다. 펫팜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반 약국의 동물약국 개설을 도와주고, 동물의약품을 공급하며, 소비자에게 동물약국 위치를 찾아준다.

윤성한 펫팜 대표는 “국내 최초 동물약국 플랫폼 앱을 출시, 2019년 창업 후 2년 만에 전국 1300여 개 동물약국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복약 관리, 비대면 진료, 펫보험 연계 서비스 등을 추가해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고, 반려인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이 펫테크 선두 업체인 두 회사 대표를 인터뷰했다.

창업 계기와 대표 기술 및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임준호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업체 ‘칩스앤미디어’를 2003년 창업해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후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동물 신원 확인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반려동물 신원 확인 방식은 반려동물 몸에 마이크로 칩을 넣는 것이다. 스캐너를 통해 칩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칩을 넣기 위한 의료 행위에 따른 비용 발생, 반려동물의 몸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데 대한 거부감, 신원 확인을 위한 스캐너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 등 한계가 있다.2018년쯤 AI 기술을 활용한 사람 안면 인식이 상용화하면서 반려동물에게도 이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여러 기업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반려견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비문 사진을 모으기 어려웠다. 펫나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촬영 단계에서부터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AI 세 개를 동원했는데, 각각 AI가 개를 찾고, 코를 찾아 촬영하고,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해 10초 내 선명한 비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윤성한 “과거 의약품 원료 제조 업체와 생명보험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분명 성장성이 있음에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관심을 두게 됐다. 의약품은 계속해서 재구매가 이어지는 사업이다.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는 안전성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동물의약품의 경우 약 90%가 동물병원에서 소비됐다. 분명 일반 약국도 허가증만 받으면 동물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데, 생소하다, 귀찮다는 이유로 시장이 외면받고 있었다. 결국 동물병원에서 파는 동물의약품은 약국에서보다 비싸게 판매되는데도 소비자에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펫팜은 이런 문제에 주목했다. 현재 일반 약국의 동물약국 개설부터 의약품 유통, 반품, 회수를 비롯해 약사를 대상으로 동물의약품 관련 교육 등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SNS), 블로그 등에 동물약국을 홍보하고, ‘펫팜’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동물약국 위치와 동물의약품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펫테크의 발전에서 볼 수 있듯, 반려동물 산업이 고급화, 전문화하고 있다.

윤성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하고 있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이들은 반려동물이 좀 더 좋은 것을 누리도록 하고 싶어 한다. 더 좋은 고급 사료, 더 예쁘고 안전한 옷과 장난감,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바뀌니까 시장과 산업도 변화하는 것이다.”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임준호 “그렇다. 펫코노미 1.0이 단순히 반려동물을 예뻐하고, 먹이고, 재밌게 하는 데 주력한 것이었다면, 펫코노미 2.0은 동물권과 반려동물, 나아가 반려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펫나우가 비문을 통한 반려동물 신원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반려인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펫보험 대중화를 위해서다.반려동물은 신원 확인이 어려워 펫보험의 손해율이 높다. 보험 하나로 같은 종인 여러 마리 반려견의 보험료를 타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보험 가입 장벽도 높고, 보험사에서는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펫보험 가입률은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려동물 신원 확인 기술이 있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펫나우 기술에 보험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하면 반려인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 동물 유기를 줄이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동물 복지가 향상되는 것이다. 반려동물 유기·유실 없는 세상이 우리 목표다.”

윤성한 “반려동물 산업의 지향점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펫팜 역시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물론, 반려동물 산업 관련 종사자에게도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펫보험 문제 개선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펫팜 플랫폼과 펫보험의 연계 시스템을 개발 준비 중이다. 펫보험 가입 시 동물의약품 관련 보상을 더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반려인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 유기동물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고, 동물약국의 수익을 늘리는 방안도 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임준호 “고양이 신원 확인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고양이 입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코가 더 작아서 비문 인식이 쉽지 않지만, 열심히 기술을 개발 중이다. 내년 CES 2023에 맞춰 관련 기술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등록제 개선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펫나우의 비문 인식 등 AI를 활용한 신원 확인 기술이 마이크로 칩 이식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CES 2022 이후 국회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서울시 등에서 이 제도 개선 방안으로서 펫나우를 주목하고 있다.”

윤성한 “우선 현재 1300여 개 수준인 회원 동물약국을 올해 3000개까지 늘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약국 수는 2만3000여 개다. 나아가 반려동물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 동물의약품 전문 앱(의약품 추천·복약관리)을 시작으로, 펫보험, 비대면 진료 등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동물약국 오프라인 판매처를 기반으로 자사 브랜드 반려동물 사료, 영양제 출시 등으로 사업 확장을 기획하고 있다. 또 지역별 미용, 호텔 등 오프라인 매장에까지 영업 확대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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