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와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팜오일(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2년 사이 가격이 3배가량 뛰었다. 동남아에서 팜오일 농장을 운영하는 종합상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야 하는 정유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팜오일 가격은 톤(t)당 6177말레이시아 링깃(약 17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7000링깃까지 뛰었던 점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65.78% 높고, 2년 전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래픽=이은현

팜오일은 야자수 열매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유지를 말한다. 식용유, 비누, 화장품, 치약, 세제뿐 아니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된다. 팜오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84%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팜 농장에선 주변국 노동자들이 일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가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자 팜오일 가격이 치솟게 됐다.

팜오일 가격 상승은 해외에서 팜오일을 생산하는 종합상사들에 호재다. 현재 LX인터내셔널(001120)은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 3곳을 운영하며 연간 15만톤(t) 규모의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물산(028260) 상사 부문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10만t, 16만t가량의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팜오일 가격이 26%가량 오르면서 종합상사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16조6865억원, 영업이익 656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 가운데 2812억원은 에너지·팜 사업에서 발생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각각 2960억원, 58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실적이 높아졌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고정비는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팜오일 판매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LX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 농장. /LX인터내셔널 제공

반면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정유사들은 울상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3.5%(작년 기준)가량 혼합해야 하는데, 바이오디젤의 핵심 원료인 팜오일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바이오디젤 가격은 지난해 1800원대에서 최근 2000원대로 상승한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경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정유사가 직접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연산 13만t 규모의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을 짓고,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이미 자회사 GS바이오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팜오일 가격 강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올해는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해바라기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체품으로 동남아산 팜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며 “올해도 팜오일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