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으로 민간 태양광 발전의 전기 생산을 강제 중단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015760)은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오는 6월까지 주말에 한해 출력제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평일에도 전기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집중하면서 수요 예측이나 잉여 전력 활용 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12일 한전과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 지역 전력 계통 안정화를 위해 지난 8~10일에 사흘 연속 민간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출력제한이 이뤄졌다. 한전 측은 지난달 27일에도 이런 이유로 출력제한 조치를 내렸다. 출력제한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생산되는 전력량이 수요량보다 많아 전력계통의 과부하가 우려될 경우 전력거래소가 발전 사업자에 발전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조치다. 발전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대규모 광역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발전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경우에도 블랙아웃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보통 민간 발전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기가 과잉 생산되면 공공 풍력발전부터 가동을 멈춘다. 민간 태양광에도 출력제한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전기가 남아돈다는 의미다. 한전은 풍력에 이어 화력,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발전량을 일부 줄였음에도 전기가 과잉 생산되자 민간 태양광 출력제한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력제한 태양광 발전소 수도 늘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84개소였던 출력제한 대상 발전소는 지난 8일부터 200여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태양광 발전까지 출력제한 조치가 이뤄지자 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최근 제주 지역 민간 태양광 발전업체에 6월 이전까지 주말에만 출력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평일인 지난 8일(금요일)에 출력제한이 이뤄지면서 발전업자들의 반발을 샀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는 1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4시간 출력제한 조치를 받으면 100만원가량의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출력제한 조치가 내려진 민간 태양광 발전소의 규모는 90㎿, 제한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3시였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이날 6000여만원의 민간 태양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 관계자는 “일방적인 출력제한은 실적위주의 전력보급만 신경쓰다 발생한 탁상행정이다. 합당한 보상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요구사항이 이달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업자 자발적으로 출력제한을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에서 허가를 받은 소규모 태양광발전시설 용량은 713㎿ 수준이다. 이 중 270㎿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아직 사업을 개시하지 않았다. 현재 운영 중인 발전 규모만큼 추가 태양광 공급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
풍력발전은 설비 투자 과잉으로 매해 수십차례 가동을 멈추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총 15차례 풍력발전 출력 제한이 이뤄졌다. 풍력발전 출력 제한은 2017년 14건, 2018년 15건, 2019년 47건, 2020년 77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지난해 64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로 남은 전기를 활용하거나 육지로 전기를 보내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모두 쉽지 않다. ESS의 경우 설비에 대한 보전 비용이 전력구입비의 3배가 넘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육지 송전 역시 설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시설 투자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업계 관계자는 “제주에 이어 육지에서도 출력제한을 조치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정작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LNG나 화력발전은 줄이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설비만 늘리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정책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