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화학섬유기업인 효성티앤씨(298020)가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친환경 섬유 ‘리젠(Regen)’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효성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섬유를 생산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기존 공정 대비 탄소 배출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12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최근 남성 패션 브랜드 닥스셔츠와 협업해 리젠으로 만든 친환경 넥타이를 출시했다. 넥타이 1개당 페트병 1.8개가 사용됐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그린슈머’(그린+컨슈머)가 늘면서 친환경 넥타이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섬유는 석유를 원료로 한다. 반면 효성티앤씨의 리젠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다. 우선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한 뒤 세척한다. 이후 작게 조각을 내 쌀알 크기의 ‘칩(Chip)’ 형태로 만들어 의류용 원사를 뽑아낸다. 효성티앤씨는 이 원사로 옷뿐 아니라 가방, 운동화 등 사실상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거의 다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셔츠 한 벌에 500㎖ 페트병 8개, 후리스 한 벌에 20개가 사용된다고 한다.
리젠의 시작은 2007년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을 수거해 만든 의류용 나일론 원사 ‘마이판(MIPAN) 리젠’이었다. 당시 재활용 원료를 이용한 원사 개발은 국내 최초였다. 이듬해 효성은 페트병을 활용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00% 재생 폐기물로 만든 친환경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까지 개발했다.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 주요 화학섬유 3종 모두 친환경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효성티앤씨가 친환경 섬유를 만들게 된 배경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의지가 컸다. 조 회장은 평소 “리젠을 필두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소비자들이 환경 친화적인 제품 구매로 가치를 소비하는 경험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젠은 페트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석유를 원료로 하는 기존 폴리에스터 원사를 생산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40~50%가량 줄일 수 있다.
리젠은 현재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친환경 섬유 사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1위 SPA브랜드 탑텐과 업무협약을 맺고 리젠을 공급하기로 했다. 탑텐은 리젠을 활용해 액티브웨어 ′밸런스′ 등 가성비 좋은 친환경 의류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백팩 브랜드인 오스프리도 효성티앤씨로부터 리젠을 공급받아 의류와 가방을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섬유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친환경 섬유시장은 지난해 489억달러(60조원)에 달했다. 오는 2028년에는 866억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8.5%다. 실제로 2016년 30억원에 불과했던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연간 매출액은 2020년 315억원으로 늘었다. 5년 만에 10배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효성그룹의 설명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뿐 아니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며 친환경 섬유로 패션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손쉽게 친환경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