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측이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연간 자동차 생산·판매량을 고려할 때 자동차 강판 가격이 t당 10만원 오르면 연간 비용이 5000억원 이상 늘어난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강판 가격은 POSCO홀딩스(005490)의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 현대제철(004020)과 현대차·기아가 협상해 결정하는 구조다. 보통 분기별로 가격을 책정했지만,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엔 반기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앞서 철강업계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30만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자동차 업계는 인상 폭을 t당 10만원 수준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강판 가격이 t당 20만원 오르면 현대차, 기아의 연간 비용은 1조원 늘어나게 된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자동차 강판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은 자동차 강판 가격을 지난해 상반기 t당 5만원, 하반기에 t당 12만원 올렸다. 4년 만에 가격 인상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강판 가격의 연간 인상률은 13% 수준으로,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의 연간 인상률(36%)을 크게 밑돌았다.
자동차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이 원활하지 못했던 만큼 단기간에 강판 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이 국내 15만2098대, 해외 74만9815대 등 총 90만1913대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9.8% 줄었다. 기아 역시 올해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0.7% 줄어든 68만5358대로 잠정 집계됐다.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폭에 따라 연간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양측이 치열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에 판매한 자동차 강판은 378만t이고, 올해는 420만t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 물량까지 고려하면 최대 600만t이다. 단순 계산하면 자동차 강판 가격이 t당 30만원 오르면 현대차·기아의 비용이 1조8000억원가량 늘어난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예상 영업이익(13조6000억원)의 10%가 넘는다. 반대로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 연초부터 오른 원자재비를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한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1분기 철광석 가격은 28.8%, 원료탄 가격은 46.1% 상승했다.
철강업계 일각에선 t당 20만원대에서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제철과 도요타의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이 우리 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에 참고치로 쓰이는데, 올해 2만엔(약 19만7000원) 올랐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수익성 강화를 기조로 세운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