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005380), SK(034730), LG(003550) 등 국내 4대 그룹이 참여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다음 달 본격 가동된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사업에는 삼성SDI(006400)와 현대차, SK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이 참여한다. 우진산전, 인셀, 원광전력, 성일하이텍, 평산전력기술, 어스텍, 지엠티코리아, 바이오코엔 등 배터리 및 폐자원 관련 중소기업 7곳도 참여했다. 이밖에 나주시, 한국전지산업협회, 한국전지연구조합, 녹색에너지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제주테크노파크, 목포대학교 등 지자체와 연구기관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나주시에 위치한 ‘EV·ESS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화 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최초의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은 ▲배터리 재사용·재제조 관련 장비 구축 ▲사용후 배터리 시험 평가 방법 및 해체·분류 공정 확보 ▲배터리 재사용·재제조 제도적 기반 및 산업화 기반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협업이 꾸준히 진행됐지만, 4대 그룹이 모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달 중 사업 참여 기업을 추가로 모집한 뒤 다음 달 본격적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폐배터리는 사용 후 잔존 용량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재사용 방식은 사용 후 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전기차 배터리는 초기 대비 70~80% 수준으로 용량이 떨어지면 교체하는데,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재제조는 사용한 배터리나 부품을 수리해 새 제품급의 성능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핵심 부품을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해 뭉친 것은 관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총 2501만5291대로, 이중 전기차는 24만1182대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의 비중은 0.96%다.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4년 말에는 3000대를 넘지 못하고 비중도 0.01%에 그쳤으나 2017년에 처음으로 0.1%를 넘긴 이후 2018년 0.24%, 2019년 0.38%, 2020년 0.55%, 2021년 0.93%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폐배터리 수도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 440개에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삼정KPMG는 최근 발간한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가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달러(약 68조원)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이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국제기술표준 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유럽연합(EU)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에 나섰다. 폐배터리 얼라이언스가 본격 가동되면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