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경영의 화두를 넘어 사회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한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는 제품 구매 시 기업의 ESG경영 실천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경영에 가장 잘 대응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 SK(034730), LG(003550), 오뚜기(007310), 유한킴벌리, 풀무원(017810), 현대차(005380) 등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결과, 응답자 64.5%는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쌀 경우 구매의사가 없다는 답변은 32.1%였다.

그래픽=손민균

ESG 우수 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량(48.4%)가 2.5~5%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이 외엔 5~7.5% 추가지불이 21.6%, 2.5% 미만 추가지불이 17.3%, 7.5~10% 추가지불이 8.2% 였다. 10% 이상 추가지불하겠다는 응답(4.2%)도 있었다.

MZ세대는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신조어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심비’(46.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제품 구매시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 외엔 가격·품질 외 요소를 통해 개인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out)’이 28.7%, ‘돈쭐(돈으로 혼내주는 구매운동)’이 10.3%,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가 7.9%를 차지했다.

서울 소재 대학 3학년 김모양은 대한상의에 “과거에는 브랜드와 가격이 상품 선택의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고 품질도 만족스럽다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며 “MZ세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겐 ‘불매운동’, 착한기업·가게에는 ‘돈쭐’이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큰 품목으로는 ‘무라벨 페트병’(41.1%)이 꼽혔다. 이어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등의 순으로 답변이 나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이 선택됐다.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선 통상적인 기업의 역할인 ‘일자리 창출’(28.9%)보다 ‘투명윤리경영 실천’(51.3%) 응답이 22.4%p 높게 나왔다. 대한상의는 “공정·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인식과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환경보호’(13.2%), ‘국가 성실납세’(2.1%), ‘봉사활동’(3.4%) 등이 뒤를 이었다.

취업을 고려할 때 ESG경영 실천 기업인지도 관심을 갖는데, 그 이유로는 환경·사회문제 등 시대흐름에 부합(50.3%)하고, 향후 성장발전가능성이 높기 때문(29.5%)이라고 답했다.

‘MZ세대가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기업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둘까?’ 라는 질문 에는 ‘기업경쟁력향상’(82.1%), ‘기업문화·근로자복지향상’(61.1%), ‘ESG경영실천’(60.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반면 ‘값싼 양질의 제품생산과 서비스 제공(36.8%)’, 주주 권익 보호’(23.4%)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ESG경영에 대한 대응을 가장 잘 하는 국내기업으로 삼성, 에스케이, 엘지, 오뚜기, 유한킴벌리, 풀무원, 현대차를 꼽았다.

향후 ESG경영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MZ세대들은 ‘전반적인 국민인식 향상’(38.4%),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27.9%), ‘대기업 솔선수범 실천’(27.6%) 등이라고 답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ESG경영 지원을 위한 시급한 정책으로 ‘세제·금리혜택 제공’(36.6%), ‘정부차원의 ESG경영 솔루션·포털 등 인프라 구축’(36.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친기업정서 확산을 위해 기업 및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MZ세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와 ‘일자리창출 및 투자확대 통한 경제성장 기여’라는 응답을 각각 36.6%로 동일하게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여론과 소비의 주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가 가격이 더 비싸도 착한기업의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ESG 경영 실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