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디타워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곽준호 KCF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전(前)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감사로 선임됐다.

이날 SM엔터 주총장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서도 100명에 가까운 주주가 참석했다. 카카오(035720)와 인수 협상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M엔터의 감사 자리를 두고 회사와 얼라인 측 사이에 표 대결이 붙으면서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된 영향으로 보인다. SM엔터는 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 주총장과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 주주들이 실시간으로 중계 화면을 지켜볼 수 있는 임시 공간 두 곳을 마련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주총은 두 시간 뒤인 11시쯤에 시작됐다. 예상보다 많은 소액 주주들이 위임에 참여하면서 양측이 중복 투표 삭제 등 집계를 엄격히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 일부는 “어렵게 시간 내서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주총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날 주총의 주요 쟁점은 감사 선임의 건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측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특수관계인이 SM엔터의 주식 18.88%를 보유하고 있고, 얼라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0.91%다. 하지만 상장사의 감사위원 선출의 경우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만큼 양측은 막판까지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SM엔터는 의결권을 위임하는 주주에게 자사 아티스트인 카리나의 친필 싸인을 제공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 앞서 SM엔터 측이 제안한 임기영 한라그룹 비상근 고문이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할 의사를 전해오면서 양측의 대결은 얼라인의 승리로 끝이 났다. 감사 곽준호 선임의 건에 대해서만 표결이 부쳐졌고, 출석 주주 803만여주 가운데 653만여주가 곽 후보자의 감사 선임에 찬성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회사가 개선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는 SM엔터 이사가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이익만 위하는 건 아닌지 이성수 대표는 각성해야 한다”면서 “저와 근 10년 간 일했던 곽준호 감사 후보는 유능한 재무전문가로, SM엔터 최대주주는 물론 회사와도 아무련 관련이 없기에 SM이사회를 감시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선 감사 선임의 건 외에 SM엔터가 제안한 사외이사 이장우 선임의 건과 사내이사 최정민 선임의 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이장우 사외이사 후보와 최정민 사내이사 후보가 모두 주총 개최 직전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다만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주총 막바지엔 2016년 3월 선임된 이후 6년째 감사 자리를 맡았던 이강복 감사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이 총괄 프로듀서에 지급한 로열티는 여러 각도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예정되지 않았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CJ엔터테인먼트 사장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는 다른 제조업과 다르게 한 사람에 의존하는 게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 총괄 프로듀서는 지금도 밤낮 가리지 않고 프로듀싱에 몰두해오며 지금의 K팝을 만들어 낸 천재로, 성과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352820),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등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는 그에 상응하는 창의력에 대해서도 가치를 존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라면서 “이 총괄 프로듀서도 주주들의 지적을 듣고 로열티 받는 방법을 바꾸거나, (SM엔터 이사진) 안으로 들어온다거나 여러가지 옵션을 생각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라인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SM엔터가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해왔다고 주장하며 곽 후보의 선임을 주장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M엔터가 프로듀싱 인세 명목으로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금액은 24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SM엔터테인먼트의 연간 영업이익(연결 기준) 675억 원의 35.6%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