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정경유착’ 고리로 지목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취급을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위상 회복을 위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경우 관광 수입이 매년 1조8000억원씩 발생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최대 3조3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대기업 회원사를 두고 있어 산업계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한경연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연구 주제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 전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연합뉴스

보고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함께 청와대를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할 경우, 국내외 관광객 유치효과는 청계천 복구 이후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가정했다. 청계천은 2005년 10월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2015년까지 연간 1704만4000명이 방문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는 경관이 수려할 뿐더러, 역대 대통령이 근무한 곳이라는 특수 가치를 갖고 있다”며 “전면개방 시 경복궁 지하철역에서 경복궁,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의 등반로가 개방되는 효과도 있어 관광수요가 클 것”이라고 봤다. 특히 청와대와 용산청사를 연결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경우, 전·현직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는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1670만8000명(국내 1619만2000명, 해외 51만6000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관광수입이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1조8000억원 중 국내 관광객 수입과 해외 관광객 수입은 각각 9000억원씩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사회적 자본 증가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간 협력, 국가정책․제도에 대한 신뢰 등 공동체 협력을 촉진시키는 유무형의 자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36위로 최하위권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에 대한 신뢰, 즉 제도적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즉 새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이 확대될 경우 상호간의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고 제도적 신뢰가 증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 자본이 증가할 경우 정부 신뢰 증대로 정책집행에 대한 국민지지를 이끌어내 정책 실효성이 개선되고, 정보교류가 촉진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국민들의 제도적 신뢰가 높아져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촉진된다고 봤다.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2020년 GDP기준으로 1조2000억~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가효율성을 높이고 국민편익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를 두고 경제계는 전경련이 윤 당선인과 ‘코드 맞추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와 대기업 간 ‘정경유착’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각종 경제단체 모임에서 배제된 바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전경련의 과거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경제단체장 간담회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에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회원사 확대 등 다각도로 위상 회복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