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한 뒤 총 169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구본무 회장은 생전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구광모 현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한 뒤 LG복지재단은 의인상 수상 범위를 ‘국가·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에서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로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의인상을 받은 신신예식장 대표 백낙삼 씨는 54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했다. 백씨는 1967년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예비 부부들이 최소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돈이 없어 식을 못 올리는 예비 부부들이 부담 없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진값만 받고 식장 대관비용 등은 받지 않았다. 무료 결혼식을 이어가기 위해 백씨와 그의 아내는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건물 관리는 물론 식장 청소, 주차까지 모두 직접 챙기고 있다.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왼쪽)는 경남 마산에서 1967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해 지난해 11월 LG 의인상을 받았다. /LG복지재단 제공

LG 의인상 수상자 가운데는 몇십 년간 선행을 이어온 이가 많다. 자신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선행을 실천한 시민들이 LG복지재단의 노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9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장기선행’ 분야 수상자만 19명이다. 2019년 이후 전체 수상자(79명)의 약 4분의 1(24.1%)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의인상을 받은 박춘자 할머니는 50여 년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두 기부했다. 사망 후에 남을 재산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도 남겼다. 40여 년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고,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11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집으로 데려와 20여년간 친자식처럼 돌보기도 했다.

LG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시 기부하기도 한다. 상금을 다시 기부한 수상자는 확인된 건만 34명으로, 전체 수상자 5명 중 1명꼴이다.

10년 넘게 매일 폐품을 수집한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는 박화자 씨는 지난해 11월 받은 의인상 상금 전액을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기부했다. 박 씨는 최근 암 판정을 받아 예전만큼 자주 폐품을 모으지는 못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폐품 수집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LG 의인상을 받은 권재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경위는 25년간 매달 헌혈해 받은 헌혈증을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의인상 상금 전액을 한국 백혈병 소아암협회 광주지회에 백혈병 환우를 위한 치료비와 소아암, 혈액암을 앓고 있는 해경 동료들의 자녀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같은 시기에 30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이어온 신동환 경감 또한 의인상 상금 일부를 소속기관인 해양경찰교육원 동료 직원 및 자녀 수술비에 기부했다.

지난해 12월 LG 의인상을 수상한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씨도 38년간 인연을 맺어온 동방사회복지회에 상금 일부를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옥례 씨는 “38년 간 위탁모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동방사회복지회의 도움이 컸다”라며 “기부금이 입양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