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비전으로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Future from the ocean)’를 제시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우리는 조선·해양·엔지니어링에서부터 에너지, 산업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세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에 나서겠다”며 “재생 에너지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운항 시스템을 활용해 바다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동의 자유를 주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비전에는 수소가 핵심이다. 수소는 물을 연료로 하는 만큼 양이 무한에 가깝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를 해상에서 생산, 저장한 뒤 육상으로 운반해 차량용 연료 등으로 판매하거나, 전기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운송과 함께 생산·공급을 맡았다. 2025년 100메가와트(㎿)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의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시에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공급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선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 선박 상용화 이전 중간단계로써 메탄올과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추진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 2024년까지 차례대로 건조·인도할 예정이다. 항해 중에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가스는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도 한국선급(KR)으로부터 획득했다.
차세대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사와 ‘바나듐이온 배터리 기반의 차세대 선박용 ESS 솔루션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물이 주성분인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 및 폭발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한 열 발생도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출력은 2배 가까이 높고, 수명도 4배 이상 길며, 반복적인 충전과 방전에도 배터리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는 강점도 있다.
친환경 선박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ESG 활동의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중소음을 최소화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선박의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생활 주파수 대역과 겹쳐 해양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부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해양 환경보호를 위한 ‘선박 수중방사소음 모니터링 및 소음저감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국제인증기관 DNV사로부터 수중방사소음 규정 인증(Silent E-Notation)을 획득한 11만5000톤(t)급 원유운반선을 건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서비스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체 바닥에 달라붙는 ‘오손생물(汚損生物)’을 제거하는 ‘선체용 클린 로봇’ 개발해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개비, 해초류 등 오손생물은 선박 운항 시 마찰저항을 높여 배 속도를 떨어뜨리고 무게를 더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일으킨다. 다른 해역에서 옮겨온 오손생물이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성까지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11월에 수중 로봇 전문회사 타스글로벌, KCC와 ‘선체용 클린 로봇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사가 공동 개발한 클린 로봇은 선체에 달라붙는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선박의 출력을 최대 15%까지 개선할 수 있고, 오염물질을 작업과 동시에 회수할 수 있어 2023년 예정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체 부착생물 제거·관리 기준 강화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