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발동한 2016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 내에서 잇달아 방송되고 있다. 엔터업계는 한한령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23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는 최근 한국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중국에서 지난 6일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비리비리 드라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iQIYI)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방영을 시작했다. 아이치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서비스된 것은 지난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 이후 처음이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 인기 순위에 한국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각각 1, 3, 4위에 올라가 있다. /비리비리 사이트 캡처

한한령 완화 분위기에 엔터업계는 중국 내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한한령 이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중국 팬덤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중국 팬덤은 아이돌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음반 발매 후 초동 기간 판매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팬들은 수억 원대 모금을 통해 미국 자유의 여신상, 뉴욕 타임스퀘어와 같은 전 세계 랜드마크에 옥외광고를 진행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對)중국 K팝 음반 수출은 2.5배가량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은 2억2083만6000달러로 전년(1억3620만1000달러)의 1.6배 수준이었다.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51.4% 증가한 4247만100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7804만9000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한한령이 완화되면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추가 이익을 얻을 요인이 늘어난다. 주요 매출 요인 중 하나인 공연을 중국에서 열 수 있고, 중국 내 TV 프로그램에도 출연이 가능해진다.

지난 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한령이 풀리더라도 중국 당국이 언제든지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는 엔터 산업과 팬덤에 고강도 규제를 내렸다. 허가·인증이 없는 연예인 소속사의 온라인 팬클럽, 후원회를 금지하고 미성년자는 온라인 팬클럽 운영자를 맡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한류에 대한 중국 시장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는 모습은 한국 엔터산업에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그러나 아직 완벽히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데다가, 업체들도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