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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3월 9일(현지시각) 우주 인터넷용 인공위성 48개를 실은 팰컨9 로켓(발사체)을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의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팰컨9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로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의 절반 이상을 낮춘 우주 산업 혁신으로 여겨진다. 팰컨9 개발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과 연구개발(R&D) 지원 외에도 스페이스X를 만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모험과 기업가 정신이 있어 가능했다.

기업들이 새로운 거대 시장 우주를 놓고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군사·안보·과학 연구 등을 주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시장성이 떨어지는 과거의 우주)’ 시대가 저물고, 우주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우주 시장을 이끄는 NASA와 스페이스X의 협력이 더해진 민관(民官) 협동 구조의 산업 생태계를 배경으로 재사용 발사체가 개발됐고, 인공위성 등 우주 기술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이를 놓치지 않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갖춘 여러 기업이 우주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앞으로 억만장자는 우주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는 말이 시장에 나오는 이유다.

우주 산업 영역은 발사체, 위성 개발에서부터 지구 관측, 우주 인터넷, 우주여행 및 호텔, 우주 광물 탐사, 우주정거장 등으로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참여 기업도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같은 우주 기업은 물론이고 구글, 제너럴모터스(GM) 등 비(非)우주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가 2018년 3500억달러(약 434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65조원)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담 조나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효율과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 시장 진출에 나선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우주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은 물론, 3D프린터, 로봇 등이 상품을 만들어 생산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이른바 ‘메이드 인 스페이스’가 나오는 미래 우주 경제 시대도 더 이상은 꿈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주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한화그룹은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킨 지 3월 7일로 1년을 맞았다. ‘이코노미조선’은 ‘우주로 가는 기업들’을 기획, 뉴 스페이스 블루오션 선점에 나선 국내외 기업들을 조명하고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우주 산업 혁신 꾀하는 기업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대표 주자는 스페이스X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2010년대 중후반 재사용 발사체 개발 및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꿔놨다. 스페이스X의 도전은 발사 비용을 절반 이상 떨어뜨려 우주 비즈니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여러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우주 인터넷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라이벌 블루오리진도 우주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밖에도 기업이 우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눈독 들이는 분야는 다양하다. 위성 활용 서비스는 현시점에서 가장 돈이 되는 우주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위성을 통해 얻은 지구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카펠라스페이스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파악한 위성 사진 등을 공개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위성 데이터 분석 시장은 정부 자원 관리, 재해 대응 용도에서 유가 동향을 살피기 위한 각국의 원유 재고 파악 등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위성이 늘면서 스위스 클리어스페이스, 일본 아스트로스케일 등 폐기된 위성을 처리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 기업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영국 버진갤럭틱이 올해 하반기 진행 예정인 우주여행과 미국 오비탈어셈블리가 2027년 선보인다고 밝힌 우주 호텔 ‘보이저 스테이션’ 등 우주 관광 서비스도 이목을 끈다.

이러한 우주 산업 활성화로 우주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페이스캐피털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캐피털(VC)의 우주 기업 투자는 2017년 114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21년 171억달러(약 21조원)로 증가했다.

여전히 중요한 정부 역할

뉴 스페이스 시대에도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발사체·위성은 군사·안보와 여전히 관계가 깊고, 무엇보다 우주 산업은 막대한 자금이 오랜 기간 투입돼야 하는 R&D가 필수 불가결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방효충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정부의 우주 개발 수요 창출과 R&D 지원 없이, 혼자 우주 사업을 추진하고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존 록스돈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 명예교수(전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는 저서 ‘NASA 탄생과 우주탐사의 비밀’에서 “미국은 1958년 NASA 설립 후 우주 개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고, 유능한 기업을 참여시켜 우주 강국이 됐다”고 했다.

올해도 주요 국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다양한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미국은 올해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3월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가 이전 미국이 진행했던 우주 탐사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은 기업의 참여도를 대폭 높였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달 착륙선 제작에 나서고, GM과 록히드마틴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달 표면 탐사용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모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한국과 일본, 러시아,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도 올해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은 연내 새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군사·안보를 둘러싼 국제 문제는 우주 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국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은 올해 3월 초 러시아산(産) 로켓을 사용해 우주 인터넷용 위성을 쏘아 올리려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과 러시아 정부 간의 갈등이 일면서 발사가 연기됐다. 차세대중형위성 2호를 제작한 KAI도 같은 이유로 발사를 미루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

“새 정부 장기적 우주 정책 수립·집행 우주 컨트롤타워 신설 검토 필요”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 현 서울대 항공우주 공학과 교수. /김종암

“미국은 우주 개발을 위해 기업과 협력해 인력과 비용의 집중 효과는 물론 국가 재정 부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3월 8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우주 정책의 강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정부와의 협력은 우주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좋은 선택”이라며 “한국 정부는 미국 사례처럼 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우주 산업 생태계를 배우고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미국은 화물과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는 지구 저궤도 우주 개발은 민간에 맡겨 우주 관광 등 관련 산업을 키워나가는 한편, NASA는 달·화성 등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고, 정부는 국가 안보와 이익이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대될 때를 대비한 미 우주군(USSF) 창설 및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우주 개발에서 상업적인 측면과 과학 기술, 국가 안보 측면 등을 사안별로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한국의 새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주 정책을 수립 및 집행할 수 있는 정부 우주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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