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를 지난해 12월에 주문했는데 아직도 못 받았다.”

농번기를 앞두고 농업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농기계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 농기계가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주문은 밀리는데,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농기계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농기계 기업들은 우선 국내 물량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18일 농기계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기 트랙터는 주문 후 수령까지 2~3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기존 농기계의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한달 넘게 대기하는 사례도 있다. 농기계업계 관계자는 “3월이 농기계 수요가 많은 시기이긴 하지만, 몇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농기계 실습장에서 관계자들이 겨우내 멈춰 있던 관리기 등 농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기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업인들은 물론 농기계 판매 대리점 역시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가 농기계 판매에 최적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 대리점주는 “최근 고객에게 약속한 것보다 출고가 보름 정도 늦어져 사과드렸다”며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생산 지연이 더 심각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기계업체들도 당장은 일부 트랙터만 대기 기간이 생겼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동차처럼 농기계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장치 비중이 커졌는데,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동(000490)은 한 달에 필요한 반도체의 70~80%가량만 확보하고 있다. TYM(002900)도 기존에는 반도체를 주문한 후 받기까지 20~90일이 걸렸는데, 현재는 약 60주~80주까지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TYM 관계자는 “농기계 주문 후 실제 출고까지 대기 기간이 아직은 길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반도체 공급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출고 기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반도체용 희귀가스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네온(Neon)의 28.2%, 크립톤(Krypton)의 48.2%, 제논(Xenon)의 31.3%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물류난으로 다른 부품이나 부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생산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이 늘면서 생산해야 할 농기계는 급증했다. 대동의 경우 트랙터 생산량이 2020년 2만8491대에서 지난해 4만1507대로 45.7% 늘었다. 같은 기간 농기계 수출 매출도 4938억원에서 7047억원으로 42.7% 증가했다. TYM 역시 지난해 미국 시장 매출(4475억원) 비중이 전체의 53.2%를 차지했다. 대동 관계자는 “올해도 2월까지 북미 소매 판매가 지난해 동기보다 28%가량 증가했다”며 “해외에선 트랙터 주문 후 대기 기간이 6개월까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쏠리는 만큼 농기계 기업들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TYM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매출보다 36.8% 많은 1조1500억원으로 공시했다. 대동 등도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대기 기간이 더 장기화하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농기계 기업들마다 공급망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거나 국내 물량 우선 생산 등의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