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중공업(010140) 거제조선소에선 강재를 절단해 블록을 제작하는 용접 공정을 로봇이 하고 있다. 중조립 공정엔 기존 산업 로봇 대신 사람과 함께 작업이 가능한 이른바 ‘협동 로봇’을 활용한다. 협동 로봇은 충돌 감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안전 펜스 없이 작업자와 협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삼성중공업은 협동 로봇을 투입한 뒤로 용접량이 늘어나고 작업 시간이 단축돼 생산성이 약 40% 향상됐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안전 사고 위험률을 낮추는 데도 로봇의 기여가 크다”며 “현장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용접 로봇의 소형화, 경량화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최근 선박 건조 현장에 로봇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랠리로 2~3년 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정작 현장엔 배를 만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된 만큼, 위험한 작업에 로봇을 사람 대신 투입해 안전 사고 가능성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서도 로봇이 용접 공정에 투입된다. 무게 13㎏의 이 로봇은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게 특징이다. 크기도 작아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선체 내부의 좁은 공간에서 스스로 팔을 움직이며 정밀한 용접이 가능하다. 토치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고난도 기술인 ‘위빙(Weaving) 용접’도 할 수 있다. 비숙련 근로자도 협동 로봇과 함께 고품질의 용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용접 공정에 투입하는 로봇도 ‘협동 로봇’으로 이상 전류나 충돌을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9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로봇사용자협회의 인증 심사에서 로봇시스템 안전 기준을 업계 최초로 충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 용접용 협동 로봇을 개발한 것은 2019년이었지만, 이번엔 로봇 소프트웨어와 전장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신모델을 구축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전선을 자동으로 설치하는 ‘전선 포설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명의 작업자들이 직접 성인 팔뚝만 한 두께의 케이블을 끌어당겨 선박 내부에 설치했다. 선체 내부 공간이 워낙 좁은 탓에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선 포설 로봇을 활용하면 해당 작업을 사람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수행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로봇 도입을 통해 연간 2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들의 질환도 예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공정에 로봇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경남·부산·전남 등지에서 올해 3분기에 최대 9500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내년 2분기에는 최대 1만1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용접 분야 4160명, 전기 분야 1875명, 도장 분야 1599명 등이다. 모두 내국인 기피 직종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조선업에서 산재 사고로 숨진 인원은 총 88명에 달한다. 사람 대신 로봇을 위험한 작업에 대신 투입함으로써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게 조선사들의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안전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자동화·무인화 공정을 단계적으로 늘려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